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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차이나 엑소더스에 무거운 책임감 느껴야

중국, 차이나 엑소더스에 무거운 책임감 느껴야

기사승인 2019. 07. 1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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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떠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어
중국은 누가 뭐래도 미국과 필적할 만한 세계적 대국이다. 조금 밀리는 양상을 보이기는 해도 미국과 맞장을 뜨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글로벌 기업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몰려간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중국은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낙토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었다. 세계 제조업 공장이라는 별명은 완전 덤이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투자 낙토라는 이름이 외국 기업들의 무덤으로 바뀌었다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다. 자연스럽게 지난 세기 말부터 금세기 초까지 세계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메이드 인 차이나’ 시대도 종언을 고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내외의 기업들이 속속 합류하는 탈(脫) 중국 행렬을 보면 현실을 잘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애플을 꼽아야 할 것 같다. 최근 자사의 위탁생산 회사인 대만계 폭스콘(중국명·푸스캉富士康)을 통해 생산해 오던 스마트폰의 최대 30%를 중국이 아닌 해외에서 조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상황도 애플과 다를 게 별로 없다. 스마트홈 기기인 네스트 온도조절기 및 서버 등 하드웨어 생산시설 일부를 동남아시아로 이전할 예정으로 있다.

일본 기업들도 비슷한 상황에 있다고 봐야 한다. 우선 게임기의 절대 강자 닌텐도를 꼽을 수 있다. 게임기 스위치를 최근까지 중국에서만 생산했지만 얼마 전 동남아시아로 라인 일부를 옮겼다. 샤프 역시 PC 생산거점을 대만이나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
최근 문을 닫은 톈진의 삼성 스마프폰 공장. 차이나 엑소더스의 현실을 잘 설명하고 있다./베이징=홍순도 특파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고전하는 한국 기업들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를 꼽아야 한다. 톈진(天津)의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향후 베트남과 인도로 옮기게 됐다. 또 광둥(廣東)성 후이저우(惠州) 공장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LG전자도 거론해야 한다. 최근 저장성(浙江省)의 냉장고 생산시설을 한국으로 이전했다.

이 정도에서 그친다면 다행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아니다. 토종 기업들까지 차이나 엑소더스(탈 중국)에 본격 합류하는 상황을 보면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수십년 동안 자국 노동자들의 저임금으로 호황을 구가한 의류·완구·게임기 업체들이 해외로 달려가고 있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것이 자신들도 힘들다고 판단했다는 말이 된다.

중국 내외의 기업들이 차이나 엑소더스에 나서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사업 조건이 과거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극단적으로 나빠졌다는 답은 바로 나온다. 베트남의 3∼4배나 되는 고임금, 천정부지의 부동산 가격, 각종 규제 등을 감안하면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이제 바보나 할 수 있는 멍청한 짓이라고 봐도 좋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이익까지 생각할 경우 기업들이 중국에 남아 사업을 할 메리트는 없다고 해야 한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자 중국 당국은 당황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비롯한 당정 고위 지도자들이 직접 나서 기업들의 차이나 엑소더스를 만류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버스는 떠났다고 봐야 한다. 한 때 100만명이 있었다는 중국 내 한국인들이 지금은 30만명에 불과한 현실을 보면 모든 것은 바로 설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베이징 한국인회의 박용희 회장은 “중국은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상하게 변했다. 베이징만 해도 교민 수가 3분의 1로 줄어버렸다. 다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로 옮겨갔다”면서 현실을 설명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대판 로마는 중국이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더 이상 로마가 아니다. 그동안 누린 영광이 로마의 경우처럼 1000년 가까웠다면 그래도 괜찮다.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불과 몇십 년에 불과하다. 이 사실을 최고 지도자들을 비롯한 중국인들이 분명히 인식하지 않으면 중국의 미래는 없다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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