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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중국업체 자산 2800억원 압류… 반중 카드 꺼내드나

말레이시아 중국업체 자산 2800억원 압류… 반중 카드 꺼내드나

기사승인 2019. 07. 1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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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미이행 부분에 대해 말레이시아는 돈 돌려 받을 권리가 있다"…2800억원 상당 예금 압류
마하티르
지난 3월 한국-말레이시아 정상회담 당시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의 모습./사진=연합뉴스
말레이시아 정부가 자국 내 송유관과 가스관 건설 공사를 주도하던 중국 업체의 자산 10억 링깃(약 2872억원)을 압류했다. 해당 공사는 친중(親中) 성향의 나집 라작 전 총리가 시작한 것으로 그의 부패 혐의와도 연관돼 있다. 말레이시아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루어내며 15년 만에 권좌에 돌아온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가 전임자의 부패 이슈를 다시 꺼내든 셈인데, 이같은 조치가 탈(脫) 중국 노선을 강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의 1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마하티르 총리는 이날 중단된 송유관·가스관 공사와 관련해 중국석유천연가스파이프국(CPP)의 은행계좌에서 10억 링깃을 압류했다고 밝혔다. 마하티르 총리는 “송유관과 가스관 사업비의 80%를 지불했지만 실제 진행된 것은 13%에 불과하다”며 “중단된 공사의 미이행 부분에 대해 말레이시아는 돈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압류는 말레이시아가 94억 링깃(약 2조7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2개의 송유관·가스관 공사를 중단한지 거의 1년 만에 이루어진 것. 이 공사를 주도한 중국석유천연가스파이프국은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인 중국석유공사의 자회사다.

중국석유천연가스파이프국은 2016년 친중 성향의 나집 전 총리로부터 말레이시아 서해안의 600㎞ 송유관과 사바주(州) 662㎞ 가스관 건설 계약을 수주, 공사를 진행해 왔다. 이는 중국이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철도 사업과 함께 추진한 일대일로의 핵심 프로젝트. 하지만 중국이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고, 이를 통해 자국의 영향력 아래 두는 ‘빚의 덫’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해당 공사는 나집 전 총리의 부패와 연관된데다 중국 업체의 공사 지연 혹은 부실 공사에 대한 의혹도 불거졌다.

이번 말레이시아 정부의 압류 조치는 이같은 상황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해 5월 취임하며 중국 업체가 주도하는 송유관·가스관 공사, 그리고 동부해안철도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사업비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고, 수익성도 의심된다”며 전면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이 가운데 송유관·가스관은 나집 전 총리의 ‘1MDB 스캔들’에 연루돼 지난해 7월 공사가 전면 중단되고 반부패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1MDB 스캔들은 나집 전 총리가 2009년 설립한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최소 45억 달러(약 5조2000억원)를 해외로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 나집 전 총리의 부인이 열광하던 명품 핸드백과 다이아몬드 구매에도 1MDB의 비자금이 사용됐을 것이라는 의혹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같은 공분에 편승해 마하티르 총리는 나집 전 총리의 퇴진 운동을 주도, 총선에서 승리했다.

집권 이후 마하티르 총리는 최대 무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지만 나집 전 총리 집권 당시 체결된 불공정한 중국발(發) 프로젝트를 재협상하거나 취소할 것임을 공언한 바 있다. 동부해안철도 사업 역시 마하티르 총리의 강경한 태도에 중국이 양보한 케이스. 실제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당초 사업비의 3분의 1에 불과한 440억 링깃(약 12조6354억8000만원)에 사업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상황이다. 마하티르 총리의 눈 앞엔 나집 전 총리의 ‘청산’,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중국과 이로 인한 반중(反中)감정이 고조된 대중들이란 과제가 놓인 셈. 과감하고 강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번 말레이시아 정부의 조치가 향후 중국과의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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