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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3중고’ 이재용 부회장,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취재뒷담화] ‘3중고’ 이재용 부회장, 더 좁아진 운신의 폭

기사승인 2019. 07.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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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출장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YONHAP NO-409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출장을 마치고 12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연합
삼성전자에 최근 같은 위기가 있었을까.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으로 특검이 꾸려지고, 반도체 근로자 백혈병 논란, 화성사업장 불산누출 사고,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건 등으로 대외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전력이 있지만 지금이 최고의 위기라는 것이 삼성전자 안팎의 분위기다.

1969년 창사 이후 크고 작은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진정한 실력을 뽐내왔던 삼성전자이기에 반도체 시장 침체, 미·중 무역전쟁, 스마트폰 시장 침체 등 대외 경영환경이 좋지 않을 때에도 특유의 저력으로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는 믿음은 여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시장 상황을 걱정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런 때일수록)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답한 것은 ‘관리의 삼성’의 힘을 믿어달라는 자신감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수출 규제 강화 조치는 삼성전자에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의 위기가 되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글로벌 시장 경기가 침체되고 수익성 개선 문제가 발목을 잡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위협이다. 기존에 부족하던 사업분야를 확대하는 비메모리 강화 전략이나, 새롭게 도래하는 5G 시장 선점 전략, 기존 스마트폰에 질린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새로운 폼팩터의 스마트폰을 내놓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삼성전자가 연간 240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내게 했던 시스템 자체를 뒤흔드는 악재 중의 악재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전세계 IT생태계를 흔들 수 있는 만큼 일본이 현 상황을 오래 끌고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하지만 현재의 한·일 양국 정부의 태도를 보면 이 사태가 단기간에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당장 다음달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 반도체 일부 핵심 품목의 수급 문제가 아닌 한국 제조업이 주저 앉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11%를 간신히 넘겼다. 이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의 영향에 10%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던 2016년 3분기 이후 최저 수익률이다. 이번 사태로 반도체 가격 회복 현상이 나타나지만 호황기 수준을 회복하려면 아직 한참 멀다. 수익을 개선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시기에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터진 일본 수출 규제 강화 악재는 이 부회장의 고뇌의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분식회계 여부를 떠나 증거인멸에 초점이 맞춰진 검찰의 삼성바이오 수사와 다음달로 예상되는 국정농단 사태 관련 대법원 선고는 초유의 위기상황에 처한 이 부회장의 운신의 폭을 한없이 좁게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 위기를 잘 넘기지 못할 경우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한국 경제의 동력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삼성전자가 위기를 넘어설 때까지는 이 부회장의 심적인 부담을 줄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가 경제의 최대 위협이 눈앞에 닥친 만큼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 무엇인지를 보는 혜안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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