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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마약과의 전쟁’은 실패로 돌아가고 있나

동남아시아 ‘마약과의 전쟁’은 실패로 돌아가고 있나

기사승인 2019. 08. 0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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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laysia Decriminalizing Drugs <YONHAP NO-3656> (AP)
사진출처=/AP, 연합
동남아시아 전역의 교도소에서 수많은 마약범들이 사형선고를 받고 있지만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비롯한 불법 마약류에 대한 이 지역 거래량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마약범에 대한 사형 등 강력 처벌이 실제로 마약유통을 억제하는 데 큰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세계 최대의 필로폰 시장으로, 동남아시아 마약 시장의 규모는 257억달러(약 3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호주 abc방송의 4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두 명의 호주 남성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코카인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은 재판을 통해 최고 1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다. 만일 단순 소지가 아니라 유통에까지 관여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형량은 징역 20년형으로 늘어나거나 혹은 사형까지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마약범죄 처벌은 비교적 강경한 편이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국제위해감축협회(HRI)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약범죄에 대해 사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확인된 14개국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라오스·태국 등 동남아 국가다.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일반적으로는 진보·온건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마약범 처벌에 있어서 만큼은 강경파로 분류된다. 그는 2017년 지방자치장들과의 만남에서 “마약범들을 그냥 (총으로) 쏴버려라”면서 “특히 외국인 마약 딜러들에 대해서는 바로 쏴버려라. 자비를 보이지 마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주 인도네시아 당국은 국경을 넘어 6kg의 필로폰을 반입하려 한 혐의로 말레이시아 국적자 한 명을 체포했다. 유죄판결이 내려질 경우 사형이 집행될 것이라고 당국은 밝혔다.

필리핀은 2006년 사형제도를 공식적으로 폐지한 나라이지만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집권한 후 경찰이 마약상과 투약범을 즉결처형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필리핀 경찰은 2016년 7월 마약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5526명의 마약범들이 처형됐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킴 몰리타스 필리핀 경찰 대변인은 “이 숫자는 곧 필리핀이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인권단체들은 마약과의 전쟁으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의 수가 당국의 발표보다 두 배 이상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사형제 시행이 마약범죄에 대한 효과적인 억제책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7년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제프리 페이건 콜럼비아 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자신의 연구에 따르면 마약범을 사형에 처하는 것이 마약 유통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의 자료를 비교한 결과 사형집행률이 마약가격·마약 보급률 사이에 미치는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 강경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지역의 마약 거래량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압수된 필로폰은 약 120톤에 달한다. UNDOC 보고서는 이에 대해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을 만큼의 막대한 양”이라고 설명했다. 라오스는 2014년과 비교했을 때 지난해 필로폰 압수량이 925%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얀마는 870%, 캄보디아 700%, 인도네시아 630%, 태국 480%, 말레이시아는 465%가 각각 치솟았다. 존 코인 호주 전략정책연구소 대표는 동남아에서 이처럼 필로폰 압수 물량이 기록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단속이 효과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생산량이 그만큼 증가한 탓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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