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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술력과 시장규모에 따른 소재의 국산화

[칼럼] 기술력과 시장규모에 따른 소재의 국산화

기사승인 2019. 09. 0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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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가 정부의 새로운 목표가 됐다. 대일 수입의존도가 높은 소재 100종을 우선 개발 대상으로 엄선해서 적극적인 국산화를 시도한다. 매년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적 연계와 조세·행정·금융지원을 강화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한다. 정부의 목표는 선명하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일본에 다시는 지지 않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현대는 자유무역의 시대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원자재를 수입해서 완제품으로 가공하면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휘청거리는 국제정세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고, 일본이나 중국처럼 시도 때도 없이 몽니를 부리는 국가도 달래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같은 자원 빈국에 자유무역은 축복과도 같다.

그렇다고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통째로 포기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대사회에서 원자재를 생산하는 산업에서도 충분한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원자재의 국산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챙길 수도 있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소재를 국산화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

어떤 소재를 어떻게 국산화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이고 현명한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입의존도와 같은 무역통계를 보고 어설프게 행정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원자재의 국산화는 산업현장에서 우리의 기술력에 따라 결정할 일이다. 아무리 그럴 듯한 원자재라도 기술력이 없으면 그림의 떡이 된다. 국산화한 원자재를 공급할 수 있는 국내외 시장의 규모도 결정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 다품종·소량생산일 수밖에 없는 첨단 소재의 경우에는 특히 시장의 규모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잘 만든 소재라도 공급할 시장이 없으면 계속 수입에 의존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대기업의 국산 원자재를 외면한다는 지적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성업 중인 수많은 중소 원자재 기업들은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생존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개발한 원자재는 반드시 대기업이 써줘야 한다고 우길 수도 없다. 무작정 원자재를 변경할 수 없는 대기업의 입장도 충분히 인정돼야만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는 인식도 비현실적이다. 대기업도 중소기업 못지않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거래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탈일본화도 중요하다. 일본 이외의 공급처를 다양하게 확보해야 한다. 일본의 횡포를 막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도 하고, 자연재해가 잦은 일본의 불예측성에 대한 대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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