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톡톡! 시사상식] 1만원 무산된 최저임금 vs 1만원 넘은 생활임금

[톡톡! 시사상식] 1만원 무산된 최저임금 vs 1만원 넘은 생활임금

기사승인 2019. 09. 09. 00:06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내년도 최저임금 '8천590원' 전자관보 게재
정부는 지난 8월 5일 2020년도 최저임금 시급을 8590원으로 고시했다.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공무원이 이날 고시된 내년도 최저임금과 관련한 전자관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환경, 고용상황, 시장수용성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위원회가 고심에 찬 결정을 내렸지만 어찌되었든 대통령으로서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지난 7월 1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상조 정책실장이 브리핑을 통해 전달한 문재인 대통령의 첫 일성은 최저임금 공약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였습니다. 바로 이틀 전인 12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하는 바람에 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당시 내걸었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달성이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이란 국가가 노사간 임금결정 과정에 개입해 최저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입니다. 최저임금의 목적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 규정한 ‘최저임금법 제1조’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역으로 설명하면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임금 수준을 국가가 정하고 그 이하로 지급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제도인 셈입니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문재인 정부의 3대 정책기조 중 하나인 ‘소득주도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 사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득주도성장은 말 그대로 가계소득을 올려 경제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경제정책입니다. 다시 말해 가계소득이 오르게 되면 수요(내수)가 늘어 기업의 이윤 증가와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고 다시 가계소득이 증가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져 결과적으로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인 것입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성장의 전부는 아닙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변되는 명목상의 소득증가뿐 아니라 주거비·의료비·교통비 등 생계비 부담을 낮춰주거나 아동수당 도입·기초연금 확대 등과 같이 실질소득 증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도 소득주도성장을 이끄는 하나의 축이기 때문입니다. 김상조 정책실장이 청와대 입성 후 “최저임금으로 소득을 올리려는 것뿐 아니라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낮추고 사회안전망을 넓히는 정책들도 소득주도성장의 중요한 요소”라고 보충 설명한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여주시 2020년 생활임금액 결정
여주시 생활임금심의원회 위원들이 지난 4일 시청 상황실에서 2020년도 생활임금 시급 인상율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위원회는 이날 내년도 여주시 생활임금 시급액을 9640원으로 결정했다. /제공=여주시
비록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최저임금 1만원은 무산됐지만 이를 대신해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제정한 조례나 명령을 통해 그 수준을 매년 정해 고시하는 ‘생활임금’이 바로 그것입니다. 2013년 서울 성북·노원구, 경기 부천시 등을 중심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생활임금제도는 점차 확대돼 2019년 8월말 현재 서울·부산·경기 등 13개 광역자치단체와 70여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시행 중입니다. 이들 광역·기초단체와의 공공계약 참여를 희망하는 일부 민간기업에서도 생활임금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생활임금의 사전적 정의는 ‘근로자가 최소한의 인간적·문화적 생활을 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말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생활임금은 최저임금만으로 보장하기 어려운 주거·교육·문화비 등을 고려해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급여개념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 최저수준을 정하는 대상이 생계비냐 주거·교육·문화비 등이냐가 최저임금과 생활임금의 차이인 셈입니다. 물론 최저임금이 전국적으로 동일한 반면 생활임금은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도 차이점입니다.

지난 4일 경기 김포시의 내년도 시간당 생활임금이 1만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이는 올해 9360원보다 640원(6.8%) 인상된 금액이자 내년도 최저임금 8590원 대비 1410원(16.4%) 높은 금액입니다. 김포시의 경우 지난 2015년 시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하고 조례에 의거 매년 9월 15일까지 다음년도 생활임금을 결정·고시하고 있습니다. 이날 생활임금 인상 결정을 내린 김포시 노사민정협의회에 따르면 내년도 생활임금 시급 1만원의 월 환산 급여(주당 근로시간 40시간 + 유급주휴 8시간 포함 월 209시간)는 209만원입니다.

정하영 김포시장은 시 생활임금 1만원을 결정하는 노사민정협의회에서 “근로자의 최소한 생활을 보장하지 못하는 최저임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생활임금”이라며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이 급속히 인상돼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최저임금의 한계를 공공기관이 앞장서 견인하라는 의미에서 내년 생활임금 시급을 1만원으로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생활임금제도가 어떤 취지로 도입돼 운영 중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급입니다.

생활임금 1만원 시대를 연 것은 김포시가 처음은 아닙니다. 광역단체 중에서는 서울특별시(1만148원)와 광주광역시(1만90원), 경기도(1만원)가 이미 지난해부터 생활임금 시급이 1만원을 넘어섰고, 기초단체도 서울 강동구·충남 당진(1만140원)을 비롯한 6곳이 1만원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김포시와 같은 경기도 기초자치단체인 안양시가 지난 6일 노사민정협의회를 열고 내년도 생활임금을 올해보다 2.5% 인상된 1만25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충남 천안시가 내년 생활임금을 올해보다 3.5% 오른 1만50원으로 정한 바 있습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