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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8K TV ‘기술 난타전’… 주도권 경쟁 불붙다

삼성-LG 8K TV ‘기술 난타전’… 주도권 경쟁 불붙다

기사승인 2019. 09. 1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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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양사 비교시연 및 기술설명회 '난타전'
LG전자 "삼성 QLED 8K 화질선명도 규격미달"
삼성전자 "CM은 과거측정 기준...소비자가 판단"
8K 시장 주도권 놓고 경쟁... 2022년 500만대 예측
[사진3]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_화질비교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직원이 8K QLED(왼쪽)와 4K 올레드 TV 화질을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 /제공=LG전자
LG전자의 ‘창’과 삼성전자의 ‘방패’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LG전자의 지속되는 8K TV 화질 공세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삼성전자가 태세를 전환하면서 8K TV 화질 논쟁에 본격적인 불이 붙었다. 2022년 연간 판매대수가 5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8K T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주도권 경쟁의 막이 올랐다는 분석이다.

◇화질선명도 놓고 “규격 미달”vs“중요치 않아…결국은 소비자 눈”
17일 양사는 약 5시간의 시차를 두고 비교 시연과 기술설명회를 각각 열어 자사의 기술적 우위를 드러내는 동시에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난타전’을 펼쳤다.

선공은 LG전자였다. 앞서 지난 6~1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에서 “삼성의 8K는 8K가 아니다”라고 해외 전시회에서 이례적으로 삼성전자를 공개 비판한 LG전자는 이날도 공세를 이어갔다.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연구소장인 남호준 전무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규격에 따라 8K TV를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만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LG전자가 지적한 삼성 QLED 8K TV 화질 논란의 핵심은 화질선명도(CM)다. 8K는 가로 7680개·세로 4320개 등 총 3300만개 화소수는 물론, 디스플레이가 흰색과 검은색을 대비해 얼마나 선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지를 백분율로 나타낸 값인 화질선명도가 50% 이상이어야 한다는 게 LG전자의 주장이다. 삼성 QLED 8K TV의 경우 픽셀 수로는 8K가 맞지만 화질 선명도에서는 12%(모델명 QN75Q950RBF) 수준으로 규격 미달이라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CM에 대해 1927년에 발표된 개념으로 물리적으로 화소수를 세기 어려운 디스플레이나 흑백 TV의 해상도 평가를 위해 사용되었던 것으로, 초고해상도 컬러 디스플레이의 평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과거 측정 기준인 화질선명도(CM)로 화질을 평가할 수 없다. 결국 소비자들이 눈으로 보고 더 나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각사 8K TV 기술의 장점을 강조한 비교 시연도 눈길을 끌었다. LG전자는 삼성의 QLED 8K TV와 영상 비교 시연을 하면서 자사 올레드(OLED) 4K TV를 등장시켜 기술적 우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는가 하면, 삼성 QLED TV가 자발광 TV가 아니라 퀀텀닷(QD) 필름을 추가한 LCD TV임을 강조하기 위해 삼성 TV에서 분해한 QD 필름을 공개하기도 했다. 화질 비교를 위해 전자현미경도 동원됐다.

삼성전자는 자사와 LG TV의 선명도를 육안으로 비교하는 시연회를 갖고 LG OLED 8K TV에서 글씨가 뭉개지거나 이미지가 깨지는 장면을 보여줬다. 용 상무는 “CM을 강조한 LG 측 제품은 오히려 육안으로 보이는 화질이 더 떨어지는 걸 볼 수 있다”며 “소비자가 감각적으로 느끼는 만족도가 어떤 기술적 기준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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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가 17일 서초동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8K 화질 설명회에서 비교 시연을 통해 QLED TV의 기술적 우위를 설명하고 있다. /제공=삼성전자
◇8K TV 시장 주도권 경쟁 ‘전초전’
양사는 8K 공방전의 이유로 공통적으로 ‘소비자’를 들었다. LG전자는 비싼 돈을 주고 규격에 맞지 않는 8K TV를 구입하는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삼성전자는 경쟁사의 노골적인 주장이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화질선명도 등 8K 표준 규격을 둘러싼 양사의 시각차는 향후 8K TV 시장의 성장과 함께 글로벌 시장으로 논쟁이 확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LG전자에 따르면 향후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 회의에서도 8K 화질 평가 기준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정석 LG전자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 상무는 “서로 다른 잣대를 갖고 있으면 산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이제 막 8K가 태동하는 시기에 제조사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사 스스로 8K 규격에 맞는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성혁 삼성전자 영상전략마케팅팀 상무는 “우리 QLED TV는 올해 상반기 누계로 212만대가 판매됐는데 결국 선택은 소비자가 하는 것”이라며 “국내 유수의 1·2등 업체 간 비방경쟁이 과연 국가적으로 바람직한가는 의문이다. 오히려 8K TV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과 LG의 8K 기술을 둘러싼 이 같은 논쟁은 이제 막 태동한 8K TV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판매 전망이 잇따라 하향 조정되긴 했지만, 8K TV 시장은 8K로 중계하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IHS마킷에 따르면 8K TV 시장은 올해 30만9000대에서 2020년 142만8000대, 2022년에는 504만6000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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