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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후행동의 목표와 한계

[칼럼] 기후행동의 목표와 한계

기사승인 2019. 09. 3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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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희(연대 특임교수)
우태희 연세대학교 특임교수
지난달 뉴욕에서 개최된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UN Climate Action Summit)’는 성과 없이 끝났다. 2년마다 개최되는 회의에 ‘행동(Action)’이라는 단어를 붙여 말뿐 아니라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에너지 전환, 기후기금, 산업 전환, 자연을 위한 해결방안, 도시와 지역사회 실천, 회복력 확대 등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6대 행동과제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스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라고 질타했지만, 대다수 국가들은 과거의 약속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가장 큰 문제는 이 회의를 이끌어갈 리더십이 실종되었다는 점이다. 다음 달 파리기후협약 탈퇴가 공식화되는 미국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세션에 15분만 참석하고 떠났다. 시진핑 주석 대신 특사 자격으로 참석한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미국을 공격하는 데 급급했고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유럽연합(EU)도 배기가스 저감 노력을 가속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인도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석탄발전 감축을 약속하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 선진국은 적극적인 기후행동대책을 내놓지 않았고, 개도국들도 더 이상 부담을 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는 사이 지구 온난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5년이 역사상 가장 더웠던 기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1℃ 상승했고, 금세기말 3.4℃나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그중에서도 이산화탄소의 전세계 연간 배출량은 100년 전보다 18배나 증가했고, 지구 전체의 평균농도가 올해 말 410PPM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회의(IPCC)’에서 ‘1.5도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기후위기 상황은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기후기금(GCF) 공여를 두 배로 늘리고, 대기질 개선을 위한 ‘세계 푸른 하늘의 날’ 지정 등을 제안했지만,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 주된 이유는 우리나라의 탄소배출량이 매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탄소배출의 70%는 12개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있고 이대로 가면 내년에 6위가 될 공산이 크다. 더구나 작년 1인당 탄소배출량은 사우디·미국·캐나다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했고, 국내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는 415.2PPM으로 이미 지구 평균을 웃돌고 있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우리의 기후행동대책이 더 후퇴하지 않도록 높은 목표 설정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현실적인 한계를 인식해야 할 때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제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안)에서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 37%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환, 산업·건물·수송 등 4대 배출원에서 91%를 감축하기로 했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기반으로 성장한 국가이고 철강·석유화학 등 기간산업을 포기할 수 없다면, 그나마 감축여력이 있는 건물·수송 등에서 더 많은 감축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석탄발전을 가스발전으로 대체하고 재생에너지 보급에 따른 각종 비용 상승이 가격에 반영되어야 에너지 사용행태를 바꿀 수 있다. 지키지도 못할 숫자보다는 가정·상가·지자체 등 각 에너지소비 주체가 자발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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