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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베트남 첫 완성차 업체 빈패스트를 가다

[르포] 베트남 첫 완성차 업체 빈패스트를 가다

기사승인 2019. 10. 0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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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개월만에 생산라인 가동하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출발, 빈그룹 4조원 '아낌없는 투자'
연간 25만대, 이후 50만대~100만대 생산 목표
최첨단 설비 갖췄지만 정말 가능할까 우려에…"베트남 자동차 시장 잠재력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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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최초의 완성차 업체인 빈패스트의 모습./사진=하이퐁 정리나 특파원
베트남 하노이에서 120㎞ 가량 떨어진 하이퐁시. 좌측으로는 간척지가, 우측으로는 바다가 펼쳐진 길이 20㎞의 동남아 최장 수상대교인 떤 부~락 후옌 수상대교를 건너 깟하이 섬으로 들어가면 빈패스트 공장이 위용을 드러낸다. 빈패스트는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인 빈(VIN)그룹에서 ‘작심’하고 세운 베트남 최초의 완성차 업체다. 베트남 정부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 항간에선 “쫑 서기장·국가주석이 후원하고 푹 총리가 광고 한다”는 말이 돌았다. 모기업인 빈그룹은 물론 베트남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출범한 빈패스트의 생산공장을 아시아투데이가 지난 24일 찾았다.

◇ 경이로운 기록으로 출발…“숫자에 지지 마라
하이퐁시 깟하이 섬에 위치한 빈패스트 공장은 빈그룹 ‘제국’을 연상시킨다. 335만㎡의 대규모 부지에는 연간 2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전기오토바이·자동차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본관은 물론 BMW·보쉬 등 글로벌 기업들의 엔지니어와 빈패스트 엔지니어로 구성된 R&D(연구·개발) 센터도 자리하고 있다. 이에 더해 내년 3월부터는 전기버스를 생산하는 공장이 가동될 예정이다.

빈그룹은 2017년 9월 2일(베트남 독립기념일) 자동차 생산을 선언했다. 전세계의 ‘반신반의’에도 불구하고 21개월만에 공장을 완공하고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출발했다. 지난 6월 중순부터는 생산된 차량이 시중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빈그룹이 빈패스트에 투자한 금액은 4조원에 달한다. 모두가 빈패스트에 대한 빈그룹 차원의 각별한 ‘애정’ 덕택이다.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고 이들은 “숫자에 지지 않는다”를 내세우고 있다.

본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숫자로 가득찬 전광판이다. 공장의 가동 현황부터 빈패스트의 중장기적 목표를 상징하는 숫자들이 빈패스트로 들어서는 모든 이들을 맞이한다. 관계자는 “매일 되새기고 싸우는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쩐 레 프엉 부사장을 비롯한 빈패스트 관계자들은 연신 빈패스트의 경이로운 숫자를 자랑했다. 프엉 부사장은 “자동차의 경우 1단계에선 연간 25만대를 생산하고 2단계에선 50만대를 생산한다. 3단계에서는 연간 100만대의 생산량을 자랑하게 될 것”이라 강조했다. 내년부터는 목표 소비자층을 세분화하는 등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것, 30억달러(3조6000억원)를 투자 중이란 설명이 이어졌다.

직원들의 대우도 파격적이다. 빈패스트 직원들은 “회사 규정상 말하기 어렵다.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만 알아달라”며 말을 아끼지만 이미 관련 업계에서 빈패스트의 적극적이고 파격적인 인재영입은 유명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1000달러의 월급을 주는 엔지니어도, 빈패스트에서 눈독을 들이면 3000~4000달러를 불러서라도 데려간다. 4~5배의 급여를 제시하고 데려가는 경우도 많아 인재들이 많이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 통제 속 공장 투어…전기오토바이, 자동차 생산 라인 ‘놀라움 반, 우려 반’
빈패스트 공장 방문은 통제 속에서 이루어졌다. 떤 부~락 후옌 수상다리를 건너 빈패스트로 다가가자마자 군복처럼 보이는 옷을 입은 경비들이 붙었다. 이들은 일반 경비보다 한단계 높은 경비들이다.

사전 방문 허가 여부를 확인한 빈패스트 관계자는 “조금 까다롭더라도 불쾌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빈패스트 측은 방문 전부터 “반바지와 발가락이 보이는 신발은 절대 안된다”는 등의 드레스 코드를 요구하기도 했다. 사진·동영상 촬영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생산 라인도 빈패스트 측이 제한한 일부 구역만 관계자와 경비의 동행 하에 이루어졌다.

관계자가 가장 먼저 안내한 곳은 전기오토바이 ‘클라라’의 생산 공장. 빈패스트는 학생과 여성을 타겟으로 한 전기오토바이를 생산하며 “환경친화적·지속가능한 개발”을 내세우고 있다. 900달러, 1200달러, 2000달러의 3개 모델을 생산하고 있으며 청년층을 타겟으로 한 새로운 모델도 추가했다. 안내 직원은 “한 공정당 70초가 걸린다. 40분이면 오토바이 1대가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2개의 조립 라인을 따라 오토바이가 생산되는 동안 공장 안의 자재와 부품들은 무인운반차(AGV)를 통해 조달됐다.

곧이어 방문한 자동차 공장은 오토바이 공장과 달리 로봇들이 가득했다. 프엉 부사장은 “자동차를 조립하는 1200대의 ABB로봇이 내뿜는 열기때문에 조금 덥습니다”라고 설명하며 땀을 훔쳤다. 6000개의 용접선을 따라 늘어선 수천대의 로봇들은 프레스부터 조립, 도장까지 거의 모든 공정을 자동화하고 있었다. 3D 스캐닝 시스템을 통해 모든 단계마다 품질을 관리한다. IT시스템이 결합돼 네트워크화 되고 지능형 생산 시스템을 갖춘 빈패스트의 ‘스마트공장’에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세단, 소형차 3종류의 신형차를 생산하고 있다. 관계자는 한시간에 약 30~35대의 차량이 만들어진다고 안내했다.

빈패스트가 베트남에선 상상하기 힘든 최첨단 설비를 갖췄다는 것은 확실하다. 빈패스트 자체는 빈그룹(나아가 베트남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애정의 결정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의 BMW와 오스트리아의 럭셔리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 슈타이어, 페라리를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피닌파리나 스튜디오를 비롯한 보쉬·지멘스·듀어 등 전세계 유명 20여 개 업체가 빈그룹과 손을 잡았다. 실제로 공장 곳곳에서 확인되는 부품은 빈패스트가 거듭 내세우고 있는 ‘고급화’ 전략을 짐작케 했다. 공장을 둘러보는 동안 외국인 엔지니어들도 수시로 오갔다. 관계자는 “전세계 22개국에서 온 외국인 엔지니어들이 개발과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큰 기대와 최첨단 공장으로 출발했지만 빈패스트는 여전히 우려의 대상이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브랜드와 품질·국민소득 대비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그러나 이런 우려를 말끔히 해소시킬 만한 결정적인 ‘무언가’를 눈으로 확인하기도 쉽지 않았다. 전기오토바이 공장 한켠에는 완성된 오토바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흡사 공장 한켠이 재고품을 위한 창고로 쓰이는 모양새였다. 자동차 공장도 일부 라인만 가동되고 있었다. 매체를 통해 선전하는 주문량 대비 자동차 공정 속도도 지나치게 늦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일부 조립라인만 가동되고 있었고 제품이 출하되는지, 주문량을 다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 눈으로 확인하기도, 빈패스트 관계자의 확언을 듣기도 어려웠다.

◇ “VIN·베트남, 3글자를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패스트는 자신만만하다. 프엉 부사장은 “한국을 비롯한 외부에서 빈패스트에 갖는 우려를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는 빈(VIN)과 베트남을 믿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빈패스트는 모기업인 빈그룹의 역량과 베트남 중앙정부·하이퐁시 지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베트남 1위 기업인 빈그룹의 전폭적인 투자와 베트남 중앙정부의 법제적 지원이 빈패스트를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팜 녓 브엉 빈그룹 회장이 자동차 산업에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마트체인·리조트·병원을 비롯한 빈그룹의 인프라, 이와 연계된 홍보와 연계는 빈패스트의 성공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베트남 정부 역시 ‘역대급’ 지원을 펼치고 있다. 기공식과 가공식 등 주요 행사엔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등 굵직한 인사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푹 총리는 “정부 차원에서 빈패스트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빈패스트는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세제혜택을 누리는 것은 물론, 작년 1월 시행된 완성차 수입규제 조치를 비롯한 자동차 부품 관련 각종 정책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히는 협소한 베트남 국내 자동차 시장 역시 빈패스트는 ‘장점’과 ‘가능성’으로 보고 있다. 현재 베트남은 인구 대비 자가용 차량 소유 비율이 1000명당 20여대 수준으로 현저하게 낮다. 지난해 베트남 자동차 내수시장의 전체 수요도 28만대에 불과했다. 빈패스트가 연간 25만대 생산을 목표로 한다는 것은 사실상 내수시장의 90% 이상을 목표로 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프엉 부사장은 “그만큼 베트남 자동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상당히 큰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베트남의 GDP도 연간 6~7%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인프라 등 국가 발전이 상승궤도를 탄 만큼 자동차 내수시장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의 중산층이 소비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 빈패스트 측의 계산. 빈패스트는 내년이면 자동차 내수시장의 수요는 40~50만대 수준으로, 2025년이면 80~90만대 수준으로 크게 성장한다고 내다보고 있다.

잠재력이 큰 베트남 내수시장을 공략 후 수출까지 이어나가겠다는 것이 빈패스트의 ‘큰 그림’이다. 프엉 부사장은 의구심을 갖는 기자에게 “한국의 현대를 보라. 우리도 최우선적으론 베트남 국민들에게 차량을 공급하고 베트남 내수 시장을 확보한 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로 차량을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곧 연간 50만대, 100만대 생산이 무리는 아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구 1000명당 20여 대의 자가용 차량을 소유한 베트남은 태국(226대), 한국(449대) 보다 현저히 낮다. 그러나 반대로 그만큼 200대, 400대를 팔 수 있다는 것이 빈패스트가 공략하는 ‘발상의 전환’인 셈이다. 프엉 부사장은 “베트남 소비자들은 검증된 물건을 구매하는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내년에 출시할 신모델은 사전 예약이 10만건이 넘었다”며 “빈그룹의 명성과 베트남인들의 애국심 덕분에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베트남 정부가 관용차를 빈패스트 차량으로 교체하는 등 지원에 나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자국기업 지원과 애국주의를 내세워 파격적인 지원을 이어나간다는 것은 기정사실인 상황. 여기에 베트남이 자국 내에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갖추고 현지 생산 비율을 높일 수 있느냐가 최우선 과제인 동시에 성공을 결정짓는 열쇠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 다수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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