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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어떻게… ‘머릿수’로 아니면 ‘원칙’으로… 결정할 것인가

[칼럼] 어떻게… ‘머릿수’로 아니면 ‘원칙’으로… 결정할 것인가

기사승인 2019. 10. 0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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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최근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에 모인 사람의 숫자를 두고 부풀리기 논쟁이 가열됐었다. 우선 지난달 28일 오후 6시에 시작된 ‘사법청산 범국민시민연대’라는 단체가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주최한 촛불문화제에서는 ‘검찰개혁’ ‘조국수호’라는 구호가 주를 이뤘는데 주최 측은 10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가 나중에는 150만명, 최종적으로는 200만명이라고 주장했다. 여권과 일부 언론이 이 숫자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정확한 참여자 숫자를 두고 논란이 빚어진 것이다.

당장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집회 참가자 숫자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는 근거들을 제시했다. 유민봉 의원은 28일 오후 2시에서 자정까지 서초동 집회가 열린 당일 인근 3개 지하철역들의 승하차 인원 숫자와 1주일 전 승하차 인원 숫자를 비교했는데 28일 집회 당일 평소보다 이용객이 8만5000명 정도가 많았다고 했다. 버스 이용자들을 더해야 하지만 당일 서리풀 축제에 온 인원은 빼야 하므로 이 정도 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사회과학분야 교수 출신다운 추계다. 서초구청장 출신 박성중 의원도 집회 참여자들이 차지한 도로면적 2만2400㎡에 평당 5~6명이 앉았을 것으로 가정해서 집회참여자를 3만5000명~5만명으로 추계했다.

3일 개천절 광화문 집회는 ‘조국 구속’ ‘문재인 하야’ 등의 구호가 주를 이뤘는데 주최 측의 하나인 자유한국당은 300만명 이상이 참가했다는 추계를 내놨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참가자 숫자에 대해 군중규모를 과대평가했다고 말했을 뿐, 앞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처럼 근거 중심의 수치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자발적인 집회가 아니라 총동원령을 내려 만든 집회라는 식으로 의미를 깎아 내리는 데 주력했다. 심지어 서초동 집회 때 200만명 운집이라고 주장한 것과는 달리 “군중의 많고 적음은 본질이 아니다”고 했다.

이렇게 숫자를 두고 싸우다가 다시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이유를 국민들은 이미 짐작하고 있다. 숫자가 많을수록 그것이 국민의 뜻이라거나 여론이라고 주장하거나 심지어 우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것을 보면, 더불어민주당도 최소한 3일의 광화문 집회가 지난달 28일의 서초동 집회에 비해 참가자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은 내심 인정하는 것 같다.

이런 참여자 숫자와 그 중요성에 대한 문제가 흥미로운 것은 ‘머릿수’ 대 ‘원칙’ 가운데 사회적 문제에 관한 결정 시 어느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예컨대 세금을 얼마나 거둘지 또 어떻게 쓸지 등의 문제에 대해 다수의 의사를 더 존중한다. 그러나 다수결을 적용해야 할 분야를 한정한다. 비록 검은 머리의 숫자가 빨간 머리의 숫자보다 많다고 하더라도, 검은 머리들이 빨간 머리의 재산을 나눠 갖기로 다수결로 결정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수사와 관련해서 보면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 검찰이 수사 중인 어떤 피의자가 있다고 하자. 그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그가 유력 정치인인지, 혹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 혹은 반대하는 사람들의 머릿수로 정하는 게 바람직한가, 아니면 다수결과 상관없이 확립된 원칙들을 지키도록 하는 게 좋은가? ‘법 앞의 평등’이란 원칙은 존중해야 하는가, 버려도 되는 원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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