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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변동성 커진 기업들①]한화그룹 3세 승계 핵심 기업들은

[지배구조 변동성 커진 기업들①]한화그룹 3세 승계 핵심 기업들은

기사승인 2019. 10.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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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중 장남이 지분 50% 보유
그룹 핵심 ㈜한화 지분 늘려나가
두 회사 합병에 초석 다지는 듯
한화시스템 상장도 중요 변곡점
기업가치 오르면 오너일가에 유리
김 회장 지분 직접 상속 가능성도
한화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
재계에서 불문율로 통하는 말이다. 현 재계의 가장 큰 이슈는 ‘경영 승계’다. 그동안 오너 1세들이 이룬 회사를 2세에게 물려주면서 기업을 안정적으로 키웠다면, 현재 계열분리 등 3세에게 지분 승계 및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너 3세가 실제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곳이 있는가하면 지주회사격인 대표기업의 보유 지분을 늘려 확고하게 지배구조 정점에 선 곳도 있다. 이 중 자신만의 경영승계 룰을 지켜서 안정적인 승계를 이뤄낸 곳도 있지만 형제간 경영 다툼이 시작된 곳도 적지 않다.

‘가지 많은 나무’의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한화·GS·효성·CJ 등이 있다. 이들 기업들은 장자 승계의 원칙 하에 경영 승계를 진행하고 있으나 변동성이 큰 곳이기도 하다.

본지는 3세와 4세로 경영 승계가 본격화된 현 시점에서 현 재계의 변동성을 진단해보고, 향후 어떤 방식으로 승계를 이뤄낼지 짚어보고자 한다.


올해 들어 ㈜한화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4만3000원 수준이었던 주가는 최근 반토막이 났다. 그럼에도 한화그룹의 표정은 밝다. 항후 경영권 승계를 위해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사실상 지주사인 ㈜한화의 지분가치(주가)가 낮을수록 승계비용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지분을 고스란히 승계를 하든, 아니면 계열사 간 합병을 통해 상당 부분의 지분을 흡수하든 지주사의 가치가 저평가가 돼야 한다. 현재 ㈜한화의 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재계에선 김 회장이 여전히 현역에서 왕성한 경영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등 세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기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하지만 김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가치가 4000억원이 넘어 일거에 지분을 획득하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영승계 작업은 사실상 한창 진행 중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전언이다. 최근 에이치솔루션의 ㈜한화 지분 매입, 한화시스템의 상장 등도 승계작업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 회장이 보유한 ㈜한화 주식은 22.65%다. 한화는 석유화학(한화케미칼), 방산(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통 및 레저(한화호텔앤드리조트), 건설(한화건설), 태양광(한화큐셀), 금융(한화생명) 등의 대표 자회사를 둔 지주사로 지난해말 기준 76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세 아들에게 현재 태양광과 금융·건설 등으로 계열사를 나눠 경영수업을 받게 했는데 앞으로는 ㈜한화의 최대 지분을 어떻게 하면 최소 비용으로 확보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완벽한 승계 작업을 위해서는 3세의 경영 평가에 대한 부분과 지분 확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데, 장남인 김 전무가 태양광 사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화는 태양광 사업에만 9조원을 투자해 전사적으로 태양광 부분을 밀고 있다. 내년에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합병으로 태양광 사업의 효율성도 크게 높일 전망이다. 김 전무의 ㈜한화의 지분 승계와 더불어 한화그룹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경영 능력도 검증해야하기 때문이다. 차기 한화그룹 회장으로 유력시 되는 김 전무의 승진 가능성도 높아진 가운데 ㈜한화 지분 승계만 남겨두고 있다.

한화그룹의 지분 승계의 핵심 키워드느 에이치솔루션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에이치솔루션은 ㈜한화 지분 100만주를 사들였다. 약 250억원 규모다. 이로써 에이치솔루션의 한화 주식 보유율은 4.20%까지 높아졌다. 에이치솔루션은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로, 이 중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지분이 50%로 가장 많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 주가가 저평가 돼 있다며 주가 방어에 나선 것이라고 매입 이유를 밝혔으나 향후 에이치솔루션과 한화의 합병을 위한 초석을 다진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내달 상장을 앞둔 한화시스템 또한 향후 한화의 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한화시스템은 에이치솔루션이 1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한화시스템 상장 이후 기업 가치가 올라가면 에이치솔루션의 가치도 함께 확대된다. 이 경우 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의 분할 합병시 각 기업의 합병 비율 산정에서 에이치솔루션의 기업 가치가 높아져 오너 일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으로 오너 일가의 승계 과정에서 합병 비율 문제가 불거진 만큼 한화가 부담을 느껴 정통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김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을 경우 현재 주가로 상속세는 213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김 회장의 한화 지분 가치는 지난해 초 (1월2일 기준) 7343억원에서 이날 기준 4261억원으로 3080억원 줄어들었다. 지난해 한화 주가는 43000원대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한화S&C 흡수합병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큐셀코리아 합병 이후로 하락세다. 한화의 올 1월 평균 주가는 3만2469원에서 지난 6월엔 2만6647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한화의 잇따른 지배구조 개편 배경에는 김 회장의 세 아들에 대한 지분 및 경영 승계가 자리한다. 그동안 김 회장은 첫째 김 전무에겐 태양광 사업을, 둘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금융 부문을, 셋째 동선씨에겐 건설을 맡겨왔다. 그러나 정작 세 아들이 보유한 한화 지분은 경영승계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그나마 김 전무가 4.44%를 보유하고 있고 동원·동선씨가 각각 1.67% 를 보유 중이다. 김 회장으로선 세 아들 중 차기 한화 그룹 회장으로 가장 유력한 김 전무에게 어떻게 한화 지분을 승계할지 고민스러울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방법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하나는 에이치솔루션과 한화의 합병이고 다른 하나는 김 회장의 지분을 직접 승계하는 방식이다.

가장 유력시되는 방안은 에이치솔루션과 한화와의 합병이다. 에이치솔루션은 2011년 한화S&C로 설립된 이후 2005년 김 회장의 삼남들이 100% 지분을 보유하게 된 곳이다. 이후 2017년 물적분할하면서 에이치솔루션이 한화S&C를 지배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향후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와 합병할 경우 에이치솔루션 지분을 보유한 세 아들의 한화 주식 보유율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 경우 합병 비율이 가장 중요한데 상장사인 한화는 가중산술평균종가로 합병가액을 산출한다. 즉 한화의 주가가 떨어질 수록 합병가액이 낮아진다. 반면 에이치솔루션은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3년간의 수익가치와 자산가치를 토대로 합병가액을 따진다. 에이치솔루션의 가치가 높을수록 합병비율이 오너일가에 유리하게 작용하게 된다는 의미다.

시장에서 내달 상장 예정인 한화시스템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화시스템의 지난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1조1289억원, 412억원으로 자산 총계는 약 2조원에 달한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 지분 14.5%를 보유했다. 작년말 기준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한 한화시스템의 장부가액은 1616억원으로 한화시스템이 상장할 경우 자산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향후 한화와의 합병시 에이치솔루션의 합병가액이 낮아져 한화 지분과 더 많이 교환할 수 있게 된다. 에이치솔루션 지분 50%를 가진 김 전무의 한화 주식 보유 비율도 덩달아 높아지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한화 측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재계에선 오너 일가의 지분 확대를 위한 기업 간 합병이 어려워진 분위기다. 특히 현재까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비율(1:0.35)을 두고 여전히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한화측이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지분 확대를 하기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김 회장의 지분 상속 방안도 높게 점치고 있다. 현재 김 회장이 보유한 한화 주식은 약 1700만주로 이날 종가기준 4261억원 수준이다. 이를 세 아들에게 증여할 경우 증여세는 2130억원 정도다. 승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에이치솔루션이 활용된다. 에이치솔루션은 2016년부터 매년 배당을 해왔는데 올 상반기까지 배당금 규모는 1700억원에 달한다. 올 하반기 배당까지 합하면 증여세 규모와 비슷한 수준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지분 승계 외에 경영 능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한화그룹이 전사적으로 태양광 사업에 9조원을 투입하고 인수합병 등으로 태양광 부문 몸집키우기에 나선 이유다. 한화그룹은 첫째 김 전무에게 경영 승계 작업을 진행 중에 있는 만큼, 향후 시장에서 한화그룹을 맡길만한 능력이 되는가에 대한 여부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전무 입장에선 향후 ㈜한화의 최대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함과 동시에 경영 능력도 인정받아야 한다.

전문가는 오너 일가들의 지분 확대를 위한 승계 방법에 대해 한화가 어떤 방식을 취할지는 미지수로 보고 있다. 그동안 한화가 취해온 방식은 기존 대기업들의 합병 방안과 유사했으나 현재 사회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등 합병 비율이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똑같은 방식을 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흔히 세습은 종자 기업을 만들어 내부거래로 키운 후, 기존 지주사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하거나 중계기업을 통해서 기존 지주사의 주식을 대거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한화도 전형적으로 SI기업이 종자기업 역할을 했고, 일감몰아주기를 했다가 현재는 지분을 희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한화가 지분을 아예 매입할지 또 합병할지는 아직 알 순 없다”면서도 “기존에 삼성이나 현대차, SK가 합병하면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에 현재 지배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마지막 단계를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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