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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거시경제 정책: 품질을 제고해야 한다

[칼럼] 거시경제 정책: 품질을 제고해야 한다

기사승인 2019. 10.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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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한국 유례 없는 경기 침체 극복 위해서는
통화·재정·생산성제고 정책의 질을 높여야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한국은 금융위기나 오일쇼크를 제외하면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우리가 가진 모든 거시경제 정책도구, 즉 통화·재정정책과 생산성 제고정책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 생산성 제고정책을 펼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금리는 사상 최저수준이며, 예산 역시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혁신정책·창조정책 등으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정책을 시도했지만, 경제부진을 막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는 정책들이 왜 큰 도움을 주지 못했는지를 파악한 후 보완하고 수정해야 한다.

통화정책은 무분별한 정책이란 특징을 가진다. 통화량을 늘리면서 금리를 내리고 물가를 상승시킬 수는 있지만, 특정한 목적을 위한 타게팅은 불가능하며 가계부채나 기업부채가 덩달아 상승할 수밖에 없다. 팽창적 통화정책의 목적은 금리인하를 통해 저축을 수요로 전환시키거나 대출을 장려해 투자를 늘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실채권이 늘수록 대규모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늘기 때문에 부실채권의 증가는 철저히 조절해야 한다. 부실채권의 통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통해 할 수밖에 없다. 특히 DSR 규제는 돈을 갚을 수 있는 자에게만 대출을 하도록 해 부실채권의 가능성을 줄인다. 이는 금리인하 정책의 효과를 줄일 수도 있지만, 더 큰 위험인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필수 조치이다.

최근 통화정책의 힘이 상당히 약해졌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의 문제인데, 가장 유력한 이유는 이미 금리가 너무 낮아 금리가 더이상 실질적 투자의 장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싼 금리로 돈을 빌려 공장을 세운다고 해도, 만든 상품을 팔 수 있어야만 투자할 가치가 있다. 따라서 투자는 수요를 유도하지 않고 오히려 소비와 수출을 뒤따르게 된다. 그러므로 투자를 늘리려면 수요, 특히 소비를 늘려야 한다.

그 역할은 정부지출이 맡아야 한다. 세금인하는 효과가 정부지출보다 약할 것으로 간주된다. 세금인하 시 소비나 투자 대신 오히려 저축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출이지 저축이 아니므로 세금인하보다는 정부지출의 증가가 필요하다.

현재 정부예산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나 정부지출의 효과는 다소 실망스러우므로 정부지출 사업의 효율성을 검토해야 한다. 소비의 증가나 소비자 신뢰 제고에 크게 기여하지 않는 사업들은 과감하게 정리돼야 한다. 선거 공약이나 정치적 전략에 매달려 효과가 없는 프로그램에 예산을 쓸 여유는 없다.

또 생산성 제고 정책도 시도해야 한다. 우리경제가 침체된 직접적인 이유는 국제경제 둔화이지만, 다른 국가들보다 피해가 더 크고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찾기 어려운 것은 생산성 제고 정책을 제대로 실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도 필요하지만, 생산성 제고 정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우리는 다시 경기침체를 겪게 될 것이다.

올바른 생산성 제고정책은 R&D나 중소기업에, 또는 산업 클러스터에 무조건 돈을 뿌리는 것이 아니다. 단순한 자금지원보다는 R&D 발명품을 제대로 사업화시킬 수 있도록 법과 규제개혁이 이루어져야 하며, 기존 산업들이나 님비이즘 등 이해단체들과의 마찰을 해소시킬 수 있는 중재나 법적제도의 개혁도 필요하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 경쟁력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이 최하위로 평가됐다. 이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지만, 이 보고서에서 시장구조와 경쟁성을 측정하는 상품시장 분야에서도 상당히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시장내 경쟁이 증가하지 않으면 새로운 개선과 개혁을 바라기 어렵다. 그러나 필요한 제도적·정치적 개혁은 실시하기가 어려워 일단 예산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생산성 제고 정책이 진행되면서 한국경제의 생산성은 오랫동안 증가하지 못했다.

이제는 부분적으로 진행되는 정책만으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모든 정책적 무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한, 우리는 현재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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