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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전실 해체 3년 멈춰 선 삼성금융]④삼성증권, 컨트롤타워 부재 속 배당사고 후유증 극복전념

[미전실 해체 3년 멈춰 선 삼성금융]④삼성증권, 컨트롤타워 부재 속 배당사고 후유증 극복전념

기사승인 2019. 10.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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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실적 전년 대비 부진
우리銀과 복합점포도 실적 부진
삼성 브랜드효과도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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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올해 상반기 대형 증권사들이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분위기에도 삼성증권의 순이익은 줄었다. 투자은행(IB) 관련 이익 증가에도 수탁수수료 등이 감소한 탓이다. 국내 증시 부진의 여파지만, 경쟁사들이 같은 환경에서도 큰 폭의 실적 상승세를 이끌어가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게다가 5개사 구도였던 초대형 IB 체제는 경쟁사들이 치고 올라오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증권의 고전은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구심점을 잃으면서 시작됐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최근 금융권은 은행·보험·증권·카드 등 다양한 업종 간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게 대세지만 삼성금융은 계열사인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 등과의 협업이 과거만 못하다. 2015년부터 진행했던 우리은행과의 복합점포 성과도 미미하다. 중심을 잡아주는 곳이 없자 삼성증권 자체 역량에만 의존하는 탓에 경쟁사 대비 성장세도 둔화됐다. 미전실 해체 후 신설된 금융경쟁력제고 태스크포스(TF)는 중요 결단을 내리기보다는 금융계열사 간의 소통창구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장석훈 사장의 역할론이 대두될 수 밖에 없다. 장 사장은 지난해 발생한 유령주식 배당사고 이후 구원투수로 등판해 삼성증권을 이끌고 있다. 1995년 삼성증권에 입사해 경영지원실장 등을 거친 ‘전략통’으로 알려졌다. 취임 이후 자산관리(WM) 부문과 IB 부문의 균형 성장을 강조하며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공격적인 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미전실이 상존했다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성장전략을 요구했을 것이란 게 삼성 관계자의 전언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증권의 성장세가 더디다는 점이 부각되며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134억원으로 전년 동기(2326억원)보다 8.3% 감소했다. 미전실이 해체됐던 2017년 상반기(1226억원)보다는 개선된 실적이지만 상승세가 이어지지 못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대우는 8.3% 늘어난 3876억원, NH투자증권은 13.9% 증가한 245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은 각각 42.0% , 13.5% 증가한 4080억원, 1804억원의 실적을 냈다.

삼성증권은 IB부문에서만 상반기 673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전년 대비 46%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좋지 않은 동일한 환경 속에서도 경쟁사들은 모두 전년 대비 큰 폭 상승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아쉽다는 평가다. 경쟁사들의 IB부문의 성장세가 그만큼 가팔랐다는 얘기다.

초대형 IB를 목표로 하는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거센 점도 부담스럽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4조원 이상으로 불리며 금융당국에 초대형IB 신청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금융투자는 구체적인 시기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증자는 당연한 수순으로 점쳐진다.

초대형 IB에게 허용되는 단기금융업(발행어음)의 경우 삼성증권은 지난해 배당사고로 인해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어음 사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그만큼 자금 조달이 수월해져 투자 여력이 확대된다.

문제는 앞으로다. NH투자증권·KB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 등 은행 계열사를 두고 있는 증권사들이 모두 초대형 IB 체제에 입성하게 된다. 증권사보다 고객들과의 접점이 많은 은행과의 협업이 활성화되면 고객 유치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반면 삼성증권은 은행 계열사가 없는 만큼 상대적으로 불리한 셈이다.

앞서 삼성증권은 2015년 증권 계열사를 두지 않은 우리은행과 복합점포를 추진한 바 있다. 3개로 시작됐던 점포는 재작년 8개까지 늘었다가 현재는 2개에 불과하다. 2017년 미전실 해체 이후, 이 협업에도 힘이 빠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금융그룹들이 복합점포를 늘려가는 것과 반대 행보다.

삼성증권 측은 은행을 통한 고객 확보보다는 비대면 활성화에 따른 변화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 일부 영업정지 제재가 끝난 이후 수수료 무료 등을 내세웠지만 비대면 신규 고객 유입은 목표치에 미달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와의 협업을 통해 비대면 고객 수를 급격히 늘린 것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사실상 삼성의 브랜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삼성증권은 자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올 초 고액 자산가 서비스인 SNI(Samsung & Investment)를 전국으로 확대 개편했다. 이를 통해 3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는 6개월 만에 130명 늘어나는 등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이와 함께 IB 부문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내부 IB 인력도 지난해 119명에서 135명으로 늘리고 있다.

컨트롤타워 부재로 각 계열사들이 협업보다는 각자도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그룹 차원의 협업보다는 각 사의 실적,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정기 사장단 회의도 없는 탓에 소통창구도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경쟁력제고 TF에는 대표이사가 아닌 임직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중요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여서다. 오히려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시행에 맞춰 금융당국과의 소통, 금융계열사 간의 소통창구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탓에 시장에서는 삼성증권의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다. 삼성증권의 주가는 3만385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는데, 이는 2017년 2월 1일(3만2650원)보다 소폭 오른 수준이다. 삼성증권의 규모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인데, 비슷한 규모의 다른 대형사 주가와 비교했을 때 확연히 드러난다. 우선 삼성증권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65배 수준에 불과하다. PBR은 자산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데 낮을수록 저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다. 미래에셋대우(0.70배), NH투자증권(0.72배)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낮다.

섬성증권은 시장에서 대형 딜(Deal) 등이 없었던 만큼 눈에 띄는 성과가 없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위한 증자도 미전실이 존재하던 시기에 이뤄졌으며 이후에는 필요성이 없었다는 얘기다. 삼성증권은 WM·IB 부문의 균형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아마존 물류창고 등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해외 대체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부문별로 실적 개선이 이어지고 있지만, 계열사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곳이 존재했다면 더 큰 폭의 성장도 가능했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 금융계열사 전체를 아우르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증권 한 관계자는 “대형 비즈니스에 대한 혁신이나 변화, 시너지를 내는 부분에 있어서는 금융사 공동으로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며 “계열사들이 병렬 관계에 놓여 있다 보니 이끌어줄 주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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