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신남방 현장의 목소리 “단순 교역 넘어 함께 성장해야 성공”

신남방 현장의 목소리 “단순 교역 넘어 함께 성장해야 성공”

기사승인 2019. 11. 20. 09:17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신남방 아세안, 지난해 한국수출 16.6% 차지한 거대시장
경제성장률·수입비중, 인구 높은 신남방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베트남 "한국의 첨단기술과 사회공헌활동 인상적" 극찬
002
17차 한국·베트남 경제공동위원회가 지난 10월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고 있다. / 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지난 9월 1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정부는 수출시장구조 혁신 방안 일환으로 신남방 수출확대 방안을 마련했다. 홍 부총리는 “우리경제의 구조개혁과 미래성장 동력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높은 기대 수익률을 유지하며 변동 리스크를 낮추고 고성장·저위험 수출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경제 성장률과 수입 비중이 높은 신남방 시장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에 주목했다.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신남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신남방의 핵심국가 베트남에서 아시아투데이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담았다.

◇김기준 코트라 동남아·대양주 본부장 “한국·아세안 협력 중요”

아세안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4%, 세계 교역량의 7.3%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다. 한국에게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다. 대(對) 아세안 수출액은 최근 18년 간 연평균 9.3%씩 늘어 2018년에는 1001억달러(116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수출의 16.6%에 달한다.

아세안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전자·전기 제품과 관련 장비들의 핵심 생산 거점이다. 동시에 아세안 각국에서 이들 제조업과 가공무역은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김기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동남아·대양주지역 본부장은 “미·중(G2)을 중심으로 한 자국 우선주의 노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과 아세안 모두에게 있어 상호 협력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아세안의 제조업 생산 네트워크가 한국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디스플레이·철강·석유화학·자동차 부품 등의 아세안 수출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신남방의 중요성은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 이후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무역 형태를 탈피해 시장 다변화를 꾀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 잠재력이 큰 아세안 국가들과 협력도 보다 강화해야 한다. 김 본부장은 “특히 대(對) 아세안 전체 교역액 중 45%를 차지하는 베트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KakaoTalk_20191029_152858962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학자와 관계자들이 지난 10월 17일 베트남 하이즈엉성 현대케피코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 정리나 베트남 특파원
◇최첨단 기술로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 사로잡은 현대케피코

지난 14~1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가 여는 자동차 구동축·전자장비·에너지 저장시스템 등 분야의 국제학술대회인 VPPC 2019(Vehicle Power and Propulsion Conference)가 열렸다. 전세계 31개 나라에서 모인 전문가들이 도요타와 혼다차 대신 찾은 곳은 현대차 그룹의 현대케피코 하이즈엉 공장이었다.

“왜 도요타나 혼다가 아닌 현대케피코인가”라는 질문에 학회 방문단을 이끈 하노이 백화대 관계자는 “이곳 하이즈엉 공장이 첨단기술(하이테크)이 응축된 곳이자 현대케피코가 가장 인상적인(impressive)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올해 현대케피코 베트남 법인은 창립 10돌을 맞았다. 2011년 베트남정부가 새 하이테크 법령을 발효한 이후 현지에서 첫 정부의 하이테크 인증을 받았다. 2018년에는 베트남 전국 우수기업 톱10에 선정됐다. 김성수 현대케피코 베트남 법인장은 성공 요인을 “베트남의 불확실한 규정과 사업 환경을 고려해 동일한 사안도 복수의 정부기관·자문기관, 이미 진출한 회사를 통해 일일이 크로스 체크를 했다”면서 “불확실한 위험요인을 미리 파악하고 제거하며 보완한 노력이 유효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법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후 직원과 지역사회도 알뜰히 챙기며 사람을 사로잡은 전략도 크게 통했다. 한국 주재원들은 하루가 아무리 바빠도 직원 개개인의 경조사를 잊지 않고 직접 챙겼다.

베트남 과학기술부 하이테크국 관계자들은 “산업·경제 구조의 선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베트남에 현대케피코와 같은 기업은 필수 동반자인 동시에 훌륭한 교사”로 극찬했다. 베트남 1위 민영기업 빈그룹의 자회사 빈패스트의 쩐 레 프엉 부사장을 포함한 관계자들은 “현대자동차는 우리의 중요한 롤모델”이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부 반 썬 하이즈엉성 수석 부서기장은 “현대케피코가 인상적인 것은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기술 뿐만 아니라 근로자와 지역 주민을 챙기며 각종 사회공헌활동(CSR)을 적극 펼친다는 점”이라고 높이 치켜 세웠다. 직원과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복지 혜택과 행사를 펼치고 있다. 현대케피코 베트남법인은 근로자들이 더 배울 수 있는 회사, 남고 싶은 회사로 꼽힌다.

◇전문가들 “단순한 상품교역 넘어선 입체적 접근 필요”

하노이 코트라 동남아·대양주지역본부는 올해 초 빈그룹·한국기업 전담지원 데스크를 마련했다. 베트남 최대기업인 빈그룹의 소매유통 계열사 빈커머스를 통해 한국기업의 매장 납품을 상시 지원하고 있다. 빈그룹이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민 스마트폰 산업 분야를 활용해 아세안과 글로벌 시장 공략도 모색한다. 한경준 코트라 동남아·대양주지역본부 과장은 “한국 부품소재 기업들이 아세안 지역 밸류체인(RVC)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글로벌 파트너링 사업(GP)을 지난 10월 빈스마트와 추진하며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과장은 “한국기업의 수출을 돕는 것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선 입체적이고 다차원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봉철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학부)는 한국·아세안 경제협력과 관련해 “단순한 상품교역 수준에서 다차원·입체적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경제협력이 서비스·투자 분야를 포괄하고 정부·민간 활동과 사회·문화적 활동도 영향을 줬다. 투자도 일방적인 방식을 탈피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정치·경제·문화 환경이 다양한 아세안 회원국들의 특성을 감안할 때 현지 상황을 잘 파악하고 그에 따른 개별적인 접근 방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기준 본부장도 “아세안 나라별 핵심산업과 신성장산업의 발전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한국기업들이 아세안 회원국별 시장 여건과 소비 트렌드를 분석해 맞춤형 진출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의 인건비 상승과 근로시간 축소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한국으로의 바이백 전략보다는 새 시장개척을 목표로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김성수 법인장은 “단순 인건비 절감 목적보다는 베트남 자체 또는 동남아시아 시장과 연계한 거시적 사업 목표를 갖고 투자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