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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부끄러운 IMF직전의 기억…그리고 2019년

[데스크 칼럼]부끄러운 IMF직전의 기억…그리고 2019년

기사승인 2019. 11.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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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반드시 전조를 몰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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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성장기업팀장
# 22년 전으로 기억을 되돌려 보자. 1997년은 참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영원할 것 같았던 한국 경제의 화려함이 단 한순간에 끝을 알 수 없던 절망으로 바꿔버렸다.

대규모 실직과 실업률 급등, 비정규직 채용은 당연한 문화가 됐다. 이 때문에 많은 가정들이 붕괴됐다. 당시의 문제점들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후손들의 가슴에도 메울 수 없는 큰 구멍을 만들었다.

경제 위기 직전. 당시 정부에서는 한국경제 이상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방송과 신문에서도 한국경제가 위기가 아니라는 다큐멘터리와 기사가 넘쳐났다. “세계화를 이뤄낸 한국”, “선진국들도 본받는 한강의 기적”등…지금 생각해보면 ‘눈 가리고 아웅’이었지만 당시 대다수의 국민들은 한국경제가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 없었다.

경제가 곤두박질 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1997년 11월 IMF(국제통화기금)외환위기 때의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 그 어떤 위기든 전조를 몰고 온다. 하지만 전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역사가 갈리기도 한다.

어이없게도 불안한 전조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을 했던 1996년부터 터져 나왔다. 당시 한국의 경상수지는 마이너스 229억달러로 막대한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1997년 여름에는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의 동남아시아 국가부터 번진 외환 위기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대기업의 무분별한 차입 경영은 당연한 사업 노하우로 인정받았다. 당시 30대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400%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무한 경쟁의 국제화 시대를 맞아 국내 은행들 역시 안이하게 대처했다.

위기의 전조를 외면한 대한민국. 결국 1997년 겨울 모든 것이 한데 모여 펑 터져버렸다.

# “누가 위기를 함부로 얘기 하는가”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달 13일 브리핑에서 ‘30-50 국가’(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 성장률이 둘째로 높다는 점을 근거로 “한국 경제는 선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너무 쉽게 위기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라고도 강조했다.

최근에는 고용률은 23년 만에 가장 높았고, 실업률은 5년 만에 제일 낮았다는 통계청의 발표도 있었다. 이에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전반적으로 고용이 개선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11일에는 청와대 대변인이 “뉴스를 보면 마치 대한민국 경제가 파탄이라도 난 것처럼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물론 부족한 부분들도 있지만 현재 글로벌 경제 자체가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지금 잘 막아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국제기구들에서도 거기에 대한 평가들을 분명 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이처럼 정부는 경제 위기가 아니라고 한다. 국가 재정의 한 축인 일자리도 늘고 있다고 반박 중이다.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로 다행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정부가 잘못 판단하고 있다면, 위기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의 미래는 어찌될 것인가. 낮아지는 경제성장, 기업들의 영업이익 곤두박질, 수출 악화 등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지금도 픽픽 쓰러지고 있는 중소기업들, 당장 내년 생존도 불투명한 소상공인들에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안타깝게도 정부를 제외하고 대다수는 한국경제가 위기라고 보고 있다. 국민들의 체감과 정부의 인식 간 괴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위기 그 자체는 숨기거나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다. 위기를 관리하지 못 하는 것이야 말로 부끄러운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미셸 캉드쉬 IMF 총재가 했던 얘기가 과거의 에피소드로 그치길 기도한다.

“한국은 눈앞에 닥친 현실적 위기를 애써 외면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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