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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국내 초연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 이회수 연출

[문화인]국내 초연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 이회수 연출

기사승인 2019. 11. 1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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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두 여인의 삶 그렸죠"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 이회수 연출자 인터뷰
이회수 연출./사진=김현우 기자 cjswo211@
“서로 너무나 잘 이해하지만 결코 공존할 수 없는 두 여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2~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을 앞둔 라벨라오페라단의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의 이회수 연출은 작품에 관해 이같이 말했다.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의 거장 도니제티의 여왕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인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16세기 스코틀랜드 여왕 마리아와 영국 여왕 엘리자베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리아는 스코틀랜드 여왕이자 프랑스의 왕비이며 잉글랜드의 왕위 계승자다. 엘리자베타는 대영제국의 기초를 확립한 여왕이다. 실제로 이 두 여왕이 만났다는 기록은 없지만 후대의 상상력이 더해져 도니제티의 오페라로 탄생했다.

이 연출은 “두 여인은 여왕이란 이름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보였지만 무엇 하나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비련의 여인들이었다”며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삶도 사랑도 그 무엇 하나 온전히 그들이 선택하는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두 여인의 삶을 담은 오페라가 ‘마리아 스투아르다’”라고 덧붙였다.

무대 위에는 그녀들을 상징하는 오브제들이 등장한다. 엘리자베타를 상징하는 샹들리에는 가시덩굴 속에 꽃을 피우고 빛을 낸다. 아름답게 빛나지만 가시밭길의 연속인 그녀의 삶을 의미한다.

그 가시 속에 연결된 뿌리는 나무로 이어진다. 나무는 마리아를 상징한다. 이는 두 사람이 혈통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뜻한다. 나무의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가지가 붉은 색으로 표현된다. 노력 없이 왕이 됐지만 결국 자신의 혈통, 즉 피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는 마리아의 운명을 암시하는 오브제다. 샹들리에와 나무 사이에는 커다란 거울이 서로를 비춘다.

이 연출은 “어떻게 보면 샴쌍둥이나 마찬가지지만 공존할 수 없는 둘의 운명을 그린다”며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뜰 수 없듯이 둘 다 여왕이기에 하나는 죽어야만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고 했다.

무대 위에는 마치 석상처럼, 혹은 장식처럼 존재하다가 중요한 순간에 소리를 내는 ‘민중’이 존재한다. “‘왕’은 ‘민중’을 무시하지만 결국 정권이 바뀌는 데는 민중의 힘이 크잖아요. 합창단을 배치해 이들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강하게 목소리를 내면서 민중의 힘을 보여줄 겁니다.”

이 연출은 “유럽의 옛 이야기지만 우리의 역사에서도 많이 겪었던 일이고 어찌 보면 지금도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감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강호 단장이 이끄는 라벨라오페라단은 지난 2015년 여왕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인 ‘안나 볼레나’를 국내 초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당시에도 연출을 맡았던 그는 “라벨라오페라단과 함께 국내에서는 만나기 힘든, 귀한 작품들을 해왔다”며 “‘안드레아 셰니에’ ‘가면무도회’ ‘안나 볼레나’ 등을 공연하는 자체가 대단한 선택이다”고 말했다.

이 연출은 로마국립예술원 연출과를 최고 점수로 졸업하고 로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세계적 연출가들과 함께 일했다. 프라하 스타트니 오페라극장 주최 연출 콩쿠르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입상했다. 2008년 귀국 후 연출한 ‘호프만의 이야기’ ‘손양원’ ‘카르멘’ 등이 대한민국오페라대상을 휩쓸었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연출을 맡은 작품들은 거의 다 표가 매진됐다.

“연출가로서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연을 만드는 이들과 서로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저의 에너지가 소진되지 않고,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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