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사설] ‘교안오빠’라며 단식 조롱한 5선의원의 의식

[사설] ‘교안오빠’라며 단식 조롱한 5선의원의 의식

기사승인 2019. 11. 24. 19:06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23일 연동제선거법, 공수처법, 지소미아 파기 철회 등을 내걸고 단식투쟁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교안오빠’라고 지칭하며 비꼬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한다. 이 글이 물의를 빚자 이 의원은 오빠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당대표라고 고쳤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단식 중인 황교안 대표에게 보내는 것처럼 꾸며졌다. 이 의원은 이 글에서 “교안오빠, 일언반구 상의 없이 단식하시면서 야당탄압이라는 주장에 국민이 공감 안 해요” “단식은 오빠 속만 괴롭히는 위장(胃腸)탄압”이라고 썼다. 그러자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으로부터 즉시 “나 원내대표가 여성이란 점을 부각해 여성을 희화화한 성희롱이자 윤리적 마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의원은 16대 국회부터 금배지를 단 63세의 5선 원로의원이다. 야당시절엔 최고위원(민주통합당)도 지냈고 두 차례 원내대표로도 일했다. 정치권에서는 쓴맛단맛 다 본 정치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쁘게 말하면 닳고 닳았고 좋게 말하면 원숙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봐야 한다. 이런 여당 정치인이 제1야당 원내대표를 대신하는 듯한 편지를 흉내내 제1야당 대표에게 페이스북글을 보내면서 ‘교안오빠’라고 지칭하며 단식을 조롱한 것은 누가 뭐래도 원숙한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

정치권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원로정치인이라면 글에서 적어도 최소한의 품위가 느껴져야 한다. 그런데 이 의원의 글에서는 이것이 없다. 그가 비록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풍자적인 스타일의 글이라도 어떤 분들은 불편해하실 수 있다는 사실을 좀 더 살렸어야 했다”며 ‘오빠’라는 표현대신 ‘당대표’로 바꿔 쓰기는 했는데도 그렇다.

‘풍자’와 ‘막말’조차 구분할 줄 모르는 몰상식의 결과라고밖에 볼 수 없다. 상대를 존중해야 나도 존중받는다는 평범한 상식조차 그의 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썩은 물을 갈아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