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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쁜 프랜차이즈는 없다”…프랜차이즈 사관학교 꿈꾸는 ‘더본코리아’ 대표 백종원

[인터뷰] “나쁜 프랜차이즈는 없다”…프랜차이즈 사관학교 꿈꾸는 ‘더본코리아’ 대표 백종원

기사승인 2019. 12. 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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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프랜차이즈는 처음 외식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요식업에 필요한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일종의 과외 선생님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라며 ‘프랜차이즈 사관학교’처럼 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공=더본코리아
“공부를 하나도 안한 학생이 과외받고 온 학생과 시험을 치르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불평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안전하게 하기 위해 누군가의 도움으로 수업료를 낸 것이 왜 잘못된 거죠.”

새마을식당·한신포차·빽다방·역전우동 등 가성비 프랜차이즈를 대표하는 더본코리아의 백종원 대표(53)는 프랜차이즈 사업이라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오히려 그는 프랜차이즈를 ‘외식업의 사관학교’처럼 양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프랜차이즈는 내가 큰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본사에서 가공된 음식이나 양념으로 일정한 맛을 낼 수 있게 시스템화된 거예요. 처음 외식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요리·재고관리·서비스 등 요식업에 필요한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일종의 과외 선생님 같은 역할인 셈이죠. 그렇게 배운 점주가 나가서 자신의 브랜드도 차릴 수 있으니 좋은 의미에서 프랜차이즈는 키워야 합니다.”

물론 불황이 깊어지다 보니 프랜차이즈의 가맹점당 매출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고 지난해 전체 프랜차이즈 가맹점 폐점률이 7.9%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느는 등 전체적인 프랜차이즈 시장 상황이 힘들지만 백 대표는 이 또한 ‘선택의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준비를 안 하고 무작정 뛰어드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본사 영업사원의 말만 믿고 덜컥 계약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예요. 최소한 업체를 선택할 때 그 브랜드의 10~15개 매장을 찾아가 점주나 직원들을 붙잡고 알아보려는 성의는 있어야죠. 프랜차이즈는 본사가 다 알아서 해줄 거다? 착각이에요. 식자재 원가 계산을 머릿속에 필수로 담고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선택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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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철학은 회사 운영 방식에도 드러난다. 더본코리아에는 영업팀이 없다. 영업을 하려면 ‘감언이설’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열심히 해도 성공하기 힘든 상황에서 누군가의 말만 믿고 안이하게 시작한 이들이 과연 사업장을 잘 꾸려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다.

“어떤 브랜드를 보면 가게 오픈과 동시에 가맹점을 모집하는 곳도 있어요. 최소한 한 브랜드를 운영하려면 2~3년의 경험이 있어야 하죠. 2~3년 테스트 운영해봐야 다양한 상황에서의 결과를 가맹점에 대입해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잖아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맹점 수와 맞먹는 슈퍼바이저(관리인)를 두고 일대일로 과외하는 거지만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잖아요. 한 슈퍼바이저가 수십개의 매장을 관리하는 게 현실이죠. 잘하는 곳도 있으면 못하는 곳도 있는데 결국 그 브랜드의 수준은 제일 밑에 있는 매장이에요. 이 매장을 잘 관리해서 천천히 수준을 올리는 것이 프랜차이즈 사업자의 숙제죠.”

‘골목식당’ 등의 방송은 일종의 가맹점 교육이다. 일일이 모든 매장을 찾아가 할 수 없으니 위생관리·재고관리·서비스 등 하고 싶은 말을 방송을 빌려 쏟아낸다.

“그동안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고 하는 경우가 많았죠. 위생관리·재고관리 등 어디도 가르쳐주는 곳이 없어요. 저도 20~30년 외식업을 하면서 스스로 터득한 건데. 그런 것을 방송을 통해 알려주고 소비자들에게도 외식업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면서 식당에서의 매너 있는 행동을 독려해 좋은 시너지를 내게 하자는 거예요. 처음에는 돈을 벌려고 음식 장사를 해도 손님의 칭찬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반찬 하나라도 더 정갈하게, 밥도 갓 지은 밥으로 내는 등 하지 않겠어요.”

또 하나는 경쟁력이다. 인구가 줄고 있는 현실에서 외식사업이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거품이 껴 있는 가격을 낮춰서 닫힌 주머니를 열게 하면 지금보다 외식인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을 낮추는 방법은 결국 메뉴를 줄여서 재고관리를 하면 된다는 거다.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이 사장들에게 ‘메뉴를 줄이고 가격을 낮추라’는 쓴소리를 내뱉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우리나라 외식문화의 최대 단점은 아침을 안 먹는 거예요. 옛날에는 술 먹고 3차에서 해장국을 먹고 아침에 나와서도 해장국을 먹는 등 5끼도 먹었어요. 점점 음식값이 오르다보니 아침을 안 먹게 되고 점심·저녁도 적게 먹게 되면서 위가 쪼그라드니 더 안 먹게 된 거죠. 아침을 먹는 문화가 조성되면 저녁도 먹고 그러다 보면 간식도 먹게 되는데 그러려면 아침값이 저렴해야 하죠. 점심·저녁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메뉴를 줄여 재고관리로 단가를 낮춰서 가격을 내리면 돼요.”

백종원 식당의 대부분은 외식 가격의 기준이 되고 있다. 김치찌개의 ‘새마을식당’, 커피의 ‘빽다방’, 짬뽕·탕수육의 ‘홍콩반점’ 등은 물론이고 올해 새롭게 선보인 브랜드 ‘롤링파스타’와 ‘인생설렁탕’ ‘리춘식당’ 등도 마찬가지다. 그는 기존에 형성된 시장 중 거품이 너무 껴 있는 메뉴를 시스템화해 소비자는 싸게 사 먹을 수 있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원가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상장을 하는 이유도 이런 역할을 하는 회사가 오랫동안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상황이 안 좋은 만큼 지금은 투자를 해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상장을 미뤘어요. 급할 건 없어요. 상장은 은퇴하기 전까지만 이루면 돼요. 제가 은퇴하고 누가 들어와도 감시·보완의 기능을 가지고 회사가 잘 운영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상장을 생각했던 거예요.”

호텔사업도 일종의 가격견제 역할을 하기 위해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잠재자원 중 하나를 관광이라 생각한 그는 음식값·호텔가격이 너무 비싸 동남아·일본 등 외국으로 나가는 국내 여행객의 발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제주도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가성비 끝판왕’의 더본 호텔을 제주도에 차렸다.

“연중 입실률이 97%예요. 저도 예약을 하려면 힘들 정도예요. 1만원 이하의 호텔 조식뷔페 중 우리만큼 잘 나오는 곳도 없을 걸요. 호텔 내 커피도 빽다방이 들어가서 엄청 저렴하죠. 우리가 들어가고 나서 제주도 호텔 가격도 많이 내려갔다고 해요. 최근에는 제주 중문에 골목식당의 ‘포방터 돈까스’가 이전했어요. 이렇게 좋은 가게들이 하나씩 들어가면 관광지로서 역할을 하면서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도 한국의 관광자원 중 하나인 음식을 알리기 위해 시작했다.

“처음에는 제 이름을 빙자한 이상한 레시피가 돌아다녀서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시작했지만 목적은 한국의 음식점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죠. 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 등 그 나라의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그들의 시선으로 그 나라의 말로 음식점들을 소개하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의 1주일 스케줄은 늘 빡빡하다. 매주 한두 차례 ‘골목식당’ 촬영이 있고,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은 또 ‘맛남의 광장’ 촬영이 있다. 유튜브 방송도 유동적으로 계획돼 있어 회사 경영에 메뉴 개발까지 본업까지 더하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내년 계획요? 저는 계획을 안 세워요. 당장 지금 하는 거에서 두 발짝 세 발짝 앞만 봐요. 호랑이를 그리려다 보면 그래도 고양이라도 그린다고 하잖아요. 그러다 잘못되면요? 저는 꿈을 너무 크게 가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가는 방향에서 계속해서 판단해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거죠. 올해는 2~3개 브랜드를 론칭했으니 잘 운영하는 것이 당장의 과제고 내년은 상황을 지켜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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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제공=더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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