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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 경영’ 신영증권, 순이익 반토막…왜?

‘돌다리 경영’ 신영증권, 순이익 반토막…왜?

기사승인 2019. 11.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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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43.5% 급감한 335억에 그쳐
IB부문만 실적 개선…나머진 하락
주가 10개월만에 6만원대서 5만원
"안정적·보수적 경영 변화해야" 지적
내년 쇄신 인사·조직개편 추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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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창출’. 신영증권을 14년째 이끌고 있는 원종석 부회장(58)의 경영 철학이다. 원 부회장은 이런 경영 철학에 따라 공격적인 영업·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보수적 경영을 펼쳐왔다. 원국희 회장(86)이 신영증권을 인수한 이후 48년간 흑자를 이어온 배경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신영증권의 순이익은 1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이 올 들어 기업금융(IB) 부문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과는 상반된다. 신영증권 역시 IB 부문의 실적 개선이 이뤄졌으나 다른 부문에서의 실적 하락세를 방어하지 못했다. 보수적인 경영이 소극적인 투자로 이어지면서 전체 실적을 견인할 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올 초 6만1500원까지 올랐던 신영증권의 주가가 지난달 말 5만4000원까지 떨어지는 등 시장의 반응도 냉담하다. 원 부회장이 10여년간 고수해 왔던 보수적인 경영에도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결산법인인 신영증권의 올해 상반기(4~9월) 순이익은 335억원으로 전년 동기(593억원)보다 43.5% 급감했다. 실적 부진은 기업금융 부문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의 성적이 뒷걸음질쳤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위탁매매가 258억원, 기업금융이 178억원을 기록했고, 자기매매는 28억원의 순손실을 나타냈다. 지난해보다 실적이 개선된 부문은 기업금융이 유일했다. 지난해 상반기 141억원에서 올해는 178억원으로 26.2% 증가했다.

실적 부진 파장이 커지면서 신영증권 내부에서조차 원 부회장의 경영 전략에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한다’고 보고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인물로 알려졌다. 증권업 특성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적극적인 투자성향과는 결이 다르다.

특히 신영증권은 증권업계에선 흔치않게 원 회장 등 오너일가가 경영권을 대물림한 곳이다. 9월 말 기준 지분율을 살펴보면 원 회장이 16.23%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이어 원 부회장이 8.71%를 보유 중이다. 특히 원 부회장은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 지분율을 높여 나가면서 지배력을 공고히 다지고 있다. 원 부회장은 2005년부터 신영증권을 이끌고 있고, 2017년부터는 신요환 대표가 합류해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되기도 했다. 각자대표 체제이긴 하지만 사실상 원 부회장의 입김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영증권은 매년 30%가 넘는 배당성향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오너가 입장에서는 반드시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할 필요는 없다. 48년간 흑자를 내는 등 일정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실적이 급감한 것처럼 향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원 부회장의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에도 시장이 화답하지 않은 건 이 때문이다. 이날 신영증권의 주가는 5만44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연초 6만1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종가는 올해 최저점인 5만400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원 부회장이 내년 초 쇄신인사·조직개편을 통한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신영증권 측은 지속적으로 수익구조 다변화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신영증권 측은 “다변화된 수익구조와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선제적 시장 대응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공고히 하고, 당사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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