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사설] “주권이 인민에게 있다”는 일부 윤리 교과서

[사설] “주권이 인민에게 있다”는 일부 윤리 교과서

기사승인 2019. 12. 01. 18:17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일부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 민주주의의 주체가 ‘국민’ 대신 ‘인민’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는데 꼭 북한에서 사용하는 말을 써야하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11월 30일 새로 배포된 윤리와 사상 교과서의 경우 미래엔·비상교육·씨마스 출판사가 민주주의 단원에서 ‘인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교학사와 천재교육은 ‘국민’이라고 했다.

한 교과서에는 “민주주의는 정치 공동체의 주권이 인민에게 있고 인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라고 돼 있다. 또 “민주주의는 지배하는 자와 지배받는 자가 같은 인민 주권의 원리를 바탕으로…”라고 썼다. 이에 대해 ‘인민’이라고 쓴 출판사는 교육부의 집필 기준에 따랐다고 한다. 이유가 뭐든 “주권이 인민에게 있다”는 표현은 많은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국민’이나 ‘인민’은 영어로 쓰면 ‘피플’(people)이지만 ‘인민’은 북한에서 주로 쓰는 말이다. 남한에선 잘 쓰지 않는다. 이런 예는 또 있다. ‘동무’도 무척 좋은 말이지만 ‘친구’로 쓴다. ‘인민’이나 ‘동무’를 사용하면 북한을 생각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이런 점에서 교과서에 실린 ‘인민’이라는 표현은 국민적 공감보다 거부감을 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교육부는 ‘인민’이 국가와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라는 중립적 의미라고 했지만 ‘인민’은 공산주의 이념이 내포된 단어로 국민과는 구별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인민군·인민재판 등이 이를 말해준다. 링컨의 유명한 게티즈버그 연설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부’에서 사용하는 인민과는 개념이 다르다.

교과서 용어 선택은 학생의 사상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남북이 대치하고, 좌파와 우파 등 이념 대립이 심할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특정 표현이나 내용을 가르치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자녀들이 “주권이 인민에게 있다”는 교육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