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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대일로 사업, 제대로 알자

[칼럼] 일대일로 사업, 제대로 알자

기사승인 2019. 12. 0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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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희(연대 특임교수)
우태희 연세대학교 특임교수
얼마 전 라오스를 다녀왔다. 16세기 란쌍(LanXang) 왕국 때 인도차이나 반도를 호령했던 라오스는 프랑스 식민통치와 1975년 공산화 이후 경제가 낙후되면서 지금은 최빈국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국토 대부분이 산악 지대인 라오스는 메콩강 수력을 활용해 전체 전력의 70%를 생산하고 있다. ‘제8차 국가 사회경제 개발계획’에 따라 연평균 6% 경제발전을 달성하려면 더 많은 발전소가 필요해, 라오스 정부는 몇 년 전 중국의 실크로드 기금에서 상업차관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라오스 국영 전력회사(EDL)의 부채비율이 급등하고 대외신용도가 추락하는 등 난관에 봉착했다고 한다.

실크로드 기금은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사업 추진을 위해 2014년 조성됐다. 3000년 전 아라비아 상인들이 개척했던 육상 실크로드와 600년 전 명나라 정화(鄭和) 제독의 해상 실크로드에 인프라를 건설해 21세기 경제벨트를 구축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의 일환이다. 화려했던 중화시대의 영광을 복원하기 위해 중국은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을 창설, 80여개 국가와 180여 건의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대일로는 당초 취지와 달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도로·항만·철도·댐 등에 대한 투자효과는 수십 년 뒤에 나타나고, 고금리여서 재정상태가 나쁜 나라들은 견디기 힘들다는 점이다.

일대일로 사업으로 중국 상업차관을 도입했다가 낭패를 본 나라는 라오스뿐이 아니다. 파키스탄은 과다르(Gwadar) 항에서 중국 신장의 카스(喀什)까지 3000㎞를 철도와 항만으로 연결하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620억 달러)을 진행하다 빚더미에 올랐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70%까지 올라가자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5월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60억 달러)에 합의했다. 스리랑카는 함반토타(Hambantota) 항 개발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상업차관(60억 달러)을 차입했지만 부채 상환이 어렵게 되자, 이 항구의 운영권을 99년 동안 중국에게 넘겨주었다. 미국 글로벌개발센터(GDC) 보고서에 따르면 이 나라들 외에도 20여개 국가가 중국의 ‘부채 함정(Debt Trap)’에 빠졌다고 한다.

최근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강력히 관여하며 중국 견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 지역의 새로운 평화와 미래 번영을 위해 신기술과 에너지·인프라에 투자하되,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과 차별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유럽(EU)도 미국처럼 적극 나서고 있지는 않지만, 회원국인 이탈리아가 올해 초 일대일로 사업 참여의사를 밝히자 매우 우려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보호무역시대에는 어느 나라와 동맹을 맺고 어디에 줄을 서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했고 AIIB 창립회원이지만, 일대일로 사업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전통 우방국과 협력을 공고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바다가 없이 내륙으로 둘러싸인 라오스의 꿈은 동남아시아의 스위스가 되는 것이다. 라오스는 전통적인 농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수력발전·광산개발·관광산업 등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경제발전은 늦게 시작했지만 큰 성장가능성과 기회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라오스가 중국과의 나쁜 인연을 끊고 새로운 사업 파트너를 찾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라오스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잠재적 역량으로 볼 때 하루 빨리 신(新)남방정책과 연계시켜 협력과제를 찾고, 새로운 수출시장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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