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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피해자 돕고 관광·홍보까지…인도차이나는 마라톤 열풍

지뢰 피해자 돕고 관광·홍보까지…인도차이나는 마라톤 열풍

기사승인 2019. 12. 0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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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캄보디아 시엠립 앙코르와트에서 열린 제24회 앙코르와트 국제마라톤의 모습. 캄보디아와 베트남, 라오스 등 인도차이나 국가에서 개최되는 마라톤은 전세계 러너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당국과 기업들도 자선활동 및 홍보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사진=시엠립 정리나 특파원
일년 내내 후텁지근한 ‘남국의 열기’만 떠올리면 큰 오산이라는 듯 10·11월부터 2월까지 인도차이나(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에는 건기가 찾아온다. 습도가 낮고 서늘해 달리기 제격인 이맘때, 인도차이나 주요 명소는 마라톤 열풍으로 후끈 달아오른다. 최근 들어 국내는 물론 전세계 ‘러너(주자)’들이 몰리자 당국과 기업들도 자선활동과 관광·홍보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1일, 베트남의 5대 특별시(하노이·호찌민시·하이퐁·다낭·껀터) 중 한 곳인 남부 껀터시에서 제1회 ‘껀터 국제 헤리티지(문화유산) 마라톤’이 열렸다. 베트남 하롱베이에서 개최되는 것으로 유명한 헤리티지 마라톤을 유치한 즈엉 떤 히엔 껀터시 부인민위원장은 “마라톤을 통해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껀터시를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껀터시가 ‘아름다운 도시’에 이어 ‘건강한 도시’로 거듭나는 기회이자 일종의 캠페인”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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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베트남 껀터시에서 개최된 제1회 껀터 국제 헤리티지(문화유산) 마라톤 대회의 모습. 모비폰·새콤뱅크 등 베트남 기업들의 후원은 물론 직원들이 단체로 참가하기도 했다./사진=껀터 정리나 특파원
첫 개최임에도 불구하고 2000명이 넘는 러너들이 참가한 이날 마라톤 대회에선 베트남 유명 회사와 은행 직원들도 참가해 단체티를 입고 달리며 시선을 사로잡아 톡톡한 광고효과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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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베트남 껀터시에서 개최된 제1회 껀터 국제 헤리티지(문화유산) 마라톤 대회에서 “술 마신 후엔 운전하지 않기” 슬로건을 든 주자들이 결승선에 들어서고 있다./사진=껀터 국제 헤리티지 마라톤 운영위원회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술 마신 후엔 운전하지 않기’·‘깨끗하고 아름다운 녹색을 위해 환경보호를’과 같은 표어를 들고 달리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껀터시 관계자는 "단순히 풍경만 구경하다 가는 일차원적 관광에서 마라톤과 같은 스포츠-문화가 어우러지는 관광의 도시로 거듭나야 한단 필요성과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인도차이나에서 가장 큰 마라톤 행사로 꼽히는 것은 단연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개최되는 ‘앙코르와트 국제 하프 마라톤 대회’다. 8일, 올해로 24회를 맞이한 마라톤에는 사상 최다 러너들이 찾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앙코르와트 사원을 달리는 이 마라톤은 주자들에게 셀 수 없이 많은 역사 유적들이 늘어선 풍경을 선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장소 못지 않게 이 대회의 특별함을 더하는 것은 바로 대회의 취지다. 1996년부터 시작된 이 마라톤은 행사 수익으로 캄보디아 내전 당시 유실된 지뢰로 인해 다친 피해자들을 돕는다. 지뢰로 인해 팔과 다리를 잃은 사람들이 직접 휠체어 레이스에 참가하기도 한다. 피해자들에게 격려와 희망을 주는 것은 물론 전 세계에 “대인용 지뢰 사용 금지”를 호소하는 뜻깊은 행사다. 대회로 인한 수익은 캄보디아 전역의 지뢰 피해자들의 인공 의수·의족과 사회 재통합 프로그램 지원 및 어린이 병원 등에 기부된다.

80여개국에서 1만명이 넘는 러너들이 찾는 이 마라톤 대회는 캄보디아 최대의 스포츠 행사인 동시에 관광업계가 특수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때이기도 하다. 현지 여행업체 관계자는 “북미·유럽은 물론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전 세계에서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오는 러너들 덕분에 관광업계가 ‘마라톤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여행사·호텔은 마라톤에 참여하기 위해 온 러너들을 겨냥해 다양한 여행·엔터테이먼트·휴양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후끈한 마라톤 열풍에 힘입어 베트남·캄보디아 정부는 물론 언론사·기업들도 2020년 더욱 다양한 마라톤을 준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으나 라오스에서도 루앙프라방·비엔티안 마라톤 등 다양한 마라톤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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