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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드러난 ‘소방법 사각지대’…전문가 “재난취약자있는 건물, 소방설비 설치 확대 필요”

다시 드러난 ‘소방법 사각지대’…전문가 “재난취약자있는 건물, 소방설비 설치 확대 필요”

기사승인 2019. 12. 18.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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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만큼 대피 어려운 '산부인과'서 화재…170명 인근 병원 이송
17일 11시부터 2차 합동감식…경찰, 1층 주차장 내 발화지점 추정
일산_병원화재
14일 오전 10시 7분께 경기도 일산동구 한 여성병원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나 신생아와 산모 등 200여명이 대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제공=일산소방서
지난 14일 발생한 경기도 일산 여성병원(산부인과)의 화재 발화 현장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 17일 전문가들이 재난 취약자가 있는 건물의 경우 소방설치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방대상물별 소방시설의 설치 범위에 따른 기준을 보면 정신의료기관, 요양병원(정신병원 제외), 노유자시설(노인복지시설) 등은 시설의 바닥면적의 합계가 600㎡ 이상인 경우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사고 발생시 분만실에 수술환자가 있는 등 요구조자 대부분이 산모와 신생아인 산부인과는 즉각적인 대피가 어려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소방설비 기준을 보다 넓게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이 화재 진화 후 진행한 1차 합동 감식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산부인과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없는 주차장 천장 부근에서 시작됐다. 불길이 크게 번지지는 않았으나 내부에 가스가 유입됐고 그을음이 생겼다. 또 차량 15대가 불에 탔지만 주차장이 필로티 구조로 설계됐고 면적이 작다는 이유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소방공무원 출신 손원배 경주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현행 법령의 허점”이라며 “소방법 개정에 따라 소방설치대상이 확대되고 있지만 단서조항에 의해 빠져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 건물이라고 법을 일괄 적용해서는 안 되지만, 이번 사고처럼 병원으로만 쓰이는 큰 건물에는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 설치 기준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손 교수는 무분별한 법 적용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프링클러가 피해를 줄일 수는 있지만 화재와 이로 인한 피해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재난이나 화재에 대한 의식이 변화하지 않으면 법이나 화재 대응 방안이 새로 나와도 유사한 화재는 계속 이어지는 만큼 자위소방대, 민관합동훈련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 교수도 “필로티 구조의 경우 대피가 쉽다는 점에서 스프링클러 설치 규정이 보다 느슨한 점이 있다”며 “필로티 구조 주차장에서 화재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대형 참사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또 인 교수는 “이번 산부인과 화재와 45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의 원인이 판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화재로 산모 69명과 신생아 52명 등 170명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고, 병원 측은 전체 병동을 잠정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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