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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구두끈을 조여매고 진정한 ‘희망’을 쏘아올리자

[칼럼] 구두끈을 조여매고 진정한 ‘희망’을 쏘아올리자

기사승인 2019. 12. 3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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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기해년(己亥年)은 여러 ‘희망 고문’에 모두가 지친 한 해였다. 그러나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것에 매달려 다가올 것을 홀대할 수는 없다. 경자년(庚子年) 다시 구두끈을 조여매고 힘차게 출발해야겠다.

우선 지난해 6월 트럼프와 김정은의 싱가포르 회담은 북한 비핵화와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를 부풀어 오르게 했지만, 올해 2월말 하노이 정상회담이 ‘노 딜(No Deal)’로 끝나면서 그런 기대가 빛을 잃었다. 그 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는 최근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겠다는 북한의 위협에 미국은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그런 선물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외교 분야에서도 한·미·일 삼각동맹 관계가 위험해질 정도로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다가 마지막 순간 위기를 넘겼다.

정치 분야에서는 조국 사태뿐만 아니라 준연동형 선거법과 공수처 신설법의 강행처리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조국의 ‘내로남불’이 많은 국민을 분노케 했다. 오죽했으면,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2위가 조국과 윤석열 중 누가 진주인지 분간키 어렵다는 어목혼주(魚目混珠·300명·29%)였을까. 여기에 검찰이 수사 중인 울산 선거부정 의혹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여당이 군소정당들과 합작해서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강행 통과시키는 동물국회가 재현되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가 죽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수처가 나치의 ‘게슈타포’와 다를 바 없다면서 제1 야당이 반발하고, 검찰도 공수처 수정안에 친정권 인사의 수사는 뭉개고 반정권 인사의 수사는 과도해지는 독소조항이 있다고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여당은 이를 무시하고 군소정당들에게 의석수를 늘릴 선거법을 내주고 이들의 협조로 공수처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여당이 강력한 반발과 항의를 무시했기에 여차하면 장외집회가 열릴 명분들이 차곡차곡 화약고에 쌓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4월에는 새 선거법에 따라 총선이 치러진다. 자유한국당이 소위 ‘비례한국당’을 만드는 등 정치권이 분주할 것이고 아마도 내년 초부터 선거가 끝날 때까지 우리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정치 대결의 계절을 보낼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도 정부는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희망’을 발신하고 있지만,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고 분배도 나빠지고 있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현실’ 분석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올해 사자성어 조사에서 근심걱정으로 잠 못 이룬다는 전전반측(輾轉反側)이 15%로 1위를 차지할 만큼 경제주체들이 ‘희망고문’에 시달렸다. 정부는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을 꾸준히 이야기했지만, 벤처 기업가들은 모빌리티 혁신의 하나인 ‘타다’가 불법화되는 것을 목격하고 한국에서의 ‘혁신’을 포기하고 해외로 나갈 궁리를 하고 있다. 네이버가 일본에서 원격의료에 진출한 게 생생한 사례일 것이다.

지난 16일 정부는 집값만은 반드시 잡겠다면서 17번의 대책도 모자라 15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는 아예 담보대출을 금지하는 18번째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초강수’ 정책은 ‘현금부자만 좋아졌다’는 강력한 반발과 함께 과잉금지를 위반했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자초하기도 했다.

현재 정부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대규모 적자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재정지출을 크게 늘려서 경제성장률 2%만은 지키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이런 재정지출은 미래 세대가 쓸 재원을 이들의 진정한 동의도 없이 미리 당겨 쓰는 문제가 있다. 더구나 막대한 재정이 선거철 선심경쟁으로 낭비되면, 우리나라도 베네수엘라행 열차를 탈 것이란 국내외 경제학자들의 경고가 섬뜩하다. 경자년, 구두끈을 다시 조여매고 정신을 바짝 차려 진정한 ‘희망’을 쏘아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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