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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핵화 실패에 대비한 ‘플랜 B’도 마련해둬야

[사설] 비핵화 실패에 대비한 ‘플랜 B’도 마련해둬야

기사승인 2020. 01. 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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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1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입을 통해 제재완화와 비핵화를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북·미 수뇌 간 특별한 연락 채널이 있다며 남측은 북미 사이에 끼어들지 말고 “자중하라”고 비난했다. 북한이 요구한 ‘연말 시한’을 넘기고 첫 번째로 나온 메시지인데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대북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은 클 것이다.

김계관은 긴 담화를 냈는데 골자는 크게 2가지다. 첫째는 미국이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일부 유엔 제재와 핵 시설을 통째로 바꾸자고 제안했던 베트남에서와 같은 협상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요구사항’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 한국의 전략무기 반입 중단, 대북제재 완화 등으로 이해하고 있다. 한·미를 동시에 압박하는 것이다.

다음은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측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생일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청와대가 발표한 데 대해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직접 전달받은 상태”라고 엇갈린 주장을 했다. 이어 남측이 북·미 관계에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라”고 말했다. 남측을 아예 무시했다.

김계관의 말대로라면 북·미협상은 무척 어려질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해제’를 바꾸려 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부하고 ‘영변+α’를 요구했다. 미국은 상황에 따라 한·미 훈련을 재개할 방침이다. 전략무기 반입 중단과 대북제재 완화는 수용할 수 없는 요구다. 새해 초장부터 돌발 악재가 터진 셈이다.

이 시점에 중요한 것은 무작정 김정은의 입만 쳐다보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간이 걸려도 비핵화가 된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대책을 마련하는 게 현명하다. 북·미 대화가 깨지고, 비핵화에 실패할 때에 대비한 ‘플랜 B’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겉으론 ‘김정은 사랑’에 빠지더라도 속으로는 ‘플랜 B’를 마련해 놔야 북한의 전략에 넘어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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