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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긴장 고조에 곤경 처한 아시아 이주 노동자들…“대피 명령에도 갈 곳 없어”

중동 긴장 고조에 곤경 처한 아시아 이주 노동자들…“대피 명령에도 갈 곳 없어”

기사승인 2020. 01. 1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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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충돌을 시작으로 중동 지역의 전운이 일자 이 지역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이주 노동자들이 곤경에 빠졌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주요 인력 수출국은 중동에 있는 수 만명의 자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자지라 방송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이란 군부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미국이 무인기 공습으로 사살하고, 이란이 미사일 보복 공격을 감행하며 중동지역에 전운이 일자 수 백만명의 중동 이주 노동자들이 갈 곳을 잃고 있다. 중동지역에는 약 120만~200만명의 필리핀 이주노동자와 120만명의 인도네시아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중동지역 긴장이 심화하자 자국민을 대피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아스니오 안돌롱 필리핀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5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동에서 필리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교전이 발생할 경우 국민을 본국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해군과 공군 자산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9일엔 대피 계획을 조정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창설해 레바논·이라크·이란에 있는 모든 필리핀 노동자를 강제로 대피하게끔 하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란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관은 외무부 홈페이지에 성명을 올려 “타겟으로 의심되는 장소뿐만 아니라 붐비거나 충돌이 일어나기 쉬운 장소는 피해야한다”며 “피난시 필요한 물품만을 소지하고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무장관 역시 “이란에 거주하는 인도네시아 시민들을 대피시킬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란에는 400명의 인도네시아 이주노동민이 거주하고 있는 반면 이라크에는 그 수에 2배에 달하는 800명이 거주하고 있어 왜 이란에만 대피령이 내려졌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국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은 국가의 ‘자국민 대피 계획’이 사실상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라크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마크는 “이라크 주재 대사관 직원들이 기본적인 비상계획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며 “그들은 우리가 어디서 이동수단을 타야하는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교통수단이 무엇인지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라크 북쪽 쿠르디스탄 지방에 위치한 에르빌에서 일하는 또다른 필리핀 이주노동자 롤란도 안티소다 역시 “필리핀 대사관 관계자들이 ‘빠른 대응’이 미흡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전화 한통을 받는데도 평생이 걸린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거주하는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라지스 카나는 자국 대사관으로부터 중동 긴장 고조에 대한 경고를 아예 받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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