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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소부장’…내리막길 관치형 펀드 한계 넘나

잘 나가는 ‘소부장’…내리막길 관치형 펀드 한계 넘나

기사승인 2020. 01.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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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책 힘입어 투자자 수요 급증
금투협·산은 등 주도 상품 출시
전 정부 시절 출시된 '녹색' '통일'
최근수익 1.8~5.4%…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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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본시장에서 이른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펀드’가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관련 기업 육성·지원 정책이 뒷받침되면서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극일·애국펀드인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한 데 이어 금융투자협회도 최근 소·부·장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한 사모투자 재간접펀드를 출시했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도 오는 7월 소·부·장 펀드 출시를 준비 중이다.

공모시장 활기와 제조업 육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만큼 우려도 있다. 정권교체에 따라 생기고 사라진 과거 ‘정책 펀드’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엔 ‘녹색성장 펀드’, 박근혜 정부 땐 ‘통일펀드’가 쏟아지며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수익률과 설정액이 급감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골든브릿지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소재·부품·장비기업 지원을 위한 사모투자재간접 펀드를 출시했다. 이 펀드는 금융투자협회가 지난해 10월 소·부·장 기업 지원을 위한 1000억원 규모의 펀드 신상품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보다 앞서 NH아문디자산운용은 ‘필승코리아 펀드’를 내놨다. 국내 부품·소재·장비 산업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려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해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 지난해 8월 문 대통령이 이 펀드에 가입하면서 화제가 됐고, 출시 1개월 만에 운용규모가 640억원을 넘어서며 인기를 입증했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도 소부장 펀드 출시에 가세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8일 한국성장금융과 함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을 지원하는 펀드를 4000억원 이상 규모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소부장 전용 펀드는 산은이 재정·정책자금 2200억원을 출자하고 나머지는 민간 투자를 받아 조성된다. 목표 기한은 오는 7월까지다.

소부장 펀드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정부의 극일정책 기조에 발맞춘 ‘관치형 펀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 주도로 등장했던 관치형 펀드들은 정권교체에 따라 생겨나고 사라져왔다. 그만큼 수익률과 설정액도 들쑥날쑥했다. 이 때문에 소부장 펀드도 같은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환경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녹색성장펀드’가 인기를 끌었다. 녹색성장펀드는 수익률이 58.6%까지 치솟았지만 정부 말기인 2011년에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녹색성장펀드의 최근 연초 이후 수익률은 1.80%에 불과하다. 다만 최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신재생에너지 육성 정책 영향으로 수익률이 회복세를 띠고 있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7.84%를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주목받았던 통일펀드도 출시 후 수익률은 38.87%까지 올랐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5.42%다. 문재인 정부가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내놓은 코스닥 벤처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0.17%를 기록했다. 최근 6개월 수익률도 0.83%다.

설정액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녹색성장펀드의 최근 1년간 설정액은 204억원이 줄었다. 같은 기간 통일펀드는 설정액 가운데 374억원이 줄었다. 코스닥벤처펀드 역시 2000억원이 넘게 빠졌다. 정권 교체로 정책이 수정되면 실효성을 잃고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거나 수익률이 저조한 탓에 펀드의 인기도 주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기조에 맞춰 출시되는 상품들은 초반엔 인기도 끌고 높은 수익률을 올리지만 문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라며 “소부장 펀드나 주식은 중장기적으로 투자가치가 있지만, 정권이 교체되면 기존 정책도 수정되는 만큼 펀드도 이와 운명을 같이한다는 점이 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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