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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물은 사람과 더불어 사는 존재”…20년차 캣맘 전성연씨

[인터뷰] “동물은 사람과 더불어 사는 존재”…20년차 캣맘 전성연씨

기사승인 2020. 01.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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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차 캣맘’ 전성연씨(47·여)가 20일 서울 강북구 송중동 한 골목에서 고양이에게 사료를 챙겨 주고 있다. /사진=김서경 기자
“고양이가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뜯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죠.”

20일 서울 강북구 한 카페에서 만난 ‘20년차 캣맘’ 전성연씨(47·여)는 이같이 말한 뒤 “그 날부터 길고양이 밥을 챙겼네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강북구 캣맘’으로 통하는 전씨는 강북구 송중동 일대 길고양이 수십마리의 끼니를 책임지고 있다.

◇2000년 10월 어느 날 시작된 고양이와의 인연

전씨와 고양이들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집으로 향하던 골목길, 전씨는 고양이들이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뜯으며 힘겹게 배를 채우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고양이용 사료를 사러 갔다. 이날 전씨는 “그 전까지만 해도 길고양이에 큰 관심이 없었다”며 “이렇게 오랜 기간 고양이 밥을 챙겨주게 될 지는 몰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급식소에 오는 고양이들은 약 70마리다. 전씨의 품에 안겨 병원에 가거나 중성화수술을 받은 고양이들은 수십마리에 달한다. 전씨는 캣맘으로서 가장 보람찬 순간으로 “아팠던 고양이들이 치료를 받고 건강해졌을 때” “좋은 주인을 만나 입양될 때” 등을 꼽았다.

◇장바구니 끌고 매일 들르는 길고양이 급식소

전씨는 매일 오전과 오후 각각 2시간씩 길고양이 급식소 12곳을 들른다. 전씨는 “고양이 사료를 챙기고 주변을 청소하다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며 “사료통뿐 아니라 급식소 인근에 다른 사람들이 남긴 쓰레기까지 모두 치우다 보면 시간이 꽤 걸린다”고 전했다. 이날도 전씨의 이동식 장바구니에는 고양이 사료와 비닐용품·쓰레기 봉투 등 청소용품이 가득했다. 이어 전씨는 “가방이 많이 무거워 보였는지 한 분이 ‘유격훈련 가냐’고 우스갯소리도 했지만 고양이 사료만 챙기면 이웃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다”며 청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캣맘을 보는 불편한 시각…“대화로 ‘함께하는 세상’ 만들고파”

이날 전씨는 캣맘에 대한 불편한 시각에 대해서 먼저 입을 열었다. 전씨는 “길고양이나 캣맘을 싫어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분들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고, 소음으로 인한 민원 등에 대해서는 계속 이웃들과 상의해야 한다고 본다”고 속내를 밝혔다. 전씨는 “가족들도 처음에는 저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니까 지지해준다”며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 갔을 때는 남편이 대신 해줬다”고 전했다.

“밥 주지 마세요” “더럽다” 등 가슴 아픈 말들이 20년 간 전씨의 귓전을 때렸지만 그녀를 더욱 힘들 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전씨는 “로드킬당하거나 흉기에 공격을 받는 등 길고양이들의 비참한 삶을 지켜보는 게 가장 괴롭다”며 “그래도 집 대문 앞에 고양이급식소를 두게 해주는 등 처음 이 일을 할 때보다는 주민들의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동물과 함께하는 세상…“혼자 만들 수 없어”

전씨는 “동물은 사람과 같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웃이라고 생각한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길고양이 등 동물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밥을 챙겨주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동물에 대한 배려이자 도리”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친 뒤 전씨와 함께 고양이 급식소를 찾았다. 언덕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 뒤 골목 사이로 전씨가 모습을 드러내자 고양이 서너마리가 고개를 내밀었다. 고양이들은 전씨가 준비한 급식소와 잠자리를 오가거나 겨울 햇살 아래 낮잠을 청하며 겨울을 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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