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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영결식을 지켜보면서

[취재뒷담화]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영결식을 지켜보면서

기사승인 2020. 01.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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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안소연 경제부 기자
22일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 취재를 위해 찾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올려다보며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껌 사업으로 시작해 국내 123층 규모의 랜드마크를 세운 성과는 국내에서 전무후무합니다. 신 명예회장이 1960년대 롯데제과를 세울 때는 ‘굶는 국민이 없어야 한다’고 했고, 이후 롯데월드를 지을 때는 ‘언제까지 국내에 오는 외국인들에게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다’고 했다고 합니다. 식량이 부족한 나라를 관광대국으로 일으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신 명예회장의 성과는 실제 크기에 비해 과소평가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의 업적이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이유는 말년에 있었던 ‘형제의 난’의 영향이 컸습니다.

2015년 신동주·동빈 형제는 경영권 다툼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이번 장례식에서 두 형제는 나란히 조문객을 맞는 등 표면적으로 갈등 상황을 티내지 않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심정은 조마조마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신 명예회장이 남긴 재산은 약 1조원 수준이라고 추정하면서 형제간 앙금이 다시 수면 위로 나올 가능성까지 제기했습니다.

여러 변수들이 있지만 사실 현재 롯데의 상황은 형제 싸움에 눈 돌릴 때는 아닙니다. 부친이 돌아가신 와중에 롯데그룹은 경영적인 측면에서 매우 힘든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롯데쇼핑은 중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영향으로 현지 사업은 모두 철수한 상태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확대되면서 국내 입국하는 중국인 관광객까지 줄어들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경영 해법으로 ‘고객 공감’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지금 롯데가 간절한 것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응원을 얻으려면 내부적으로 형제간의 갈등부터 마무리짓는 결자해지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영결식에서 신 회장이 조문객들에게 하는 인사말 중 “역경과 고난이 닥칠 때마다 태산 같은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겠다”고 한 말이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신 명예회장의 유지를 발전시키는 것은 지금부터입니다. 부친이 이룩한 기업을 잘 보존하고 번영시키겠다는 결심으로 그간 이어온 갈등을 마무리짓고, 현 위기를 타개해 국민들에게 박수 받는 기업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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