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취재뒷담화] ‘우한 폐렴’ 리스크, 항공업계는 울고 싶다

[취재뒷담화] ‘우한 폐렴’ 리스크, 항공업계는 울고 싶다

기사승인 2020. 01. 28. 12:58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사스·메르스 사태 당시 여객수 정상화에 3~5개월 소요
사태 장기화 시 지난해 4분기 이어 1분기 적자도 불가피
"사태 안정화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항공사 항공기
올해 실적 개선에 나서려는 항공업계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사태로 또다시 발목을 잡힐 상황에 처했습니다. 우한 폐렴이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 업계는 당장 1분기 실적 악화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성수기에 발생한 초대형 악재에 직면한 것입니다.

중국 우한 지역을 넘어 중국 전역에 빠르게 확산되는 우한 폐렴은 중국노선 의존도가 높은 국내 항공사에게는 예상치 못한 일입니다. 일본 노선이 사실상 괴사한 상황에서 주요 수익원이 된 중국노선마저 침체된다면 항공업계는 실적 개선에 나설 여력을 잃는 셈입니다. 현재 매출 기준 중국 노선 의존도는 대한항공이 13%, 아시아나항공 19%, 제주항공 15% 수준입니다. 더욱이 우한 폐렴이 세계적으로 확산될 모습을 보이는 만큼 전체 노선 수익성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1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이들 항공사의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입니다. 지난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1분기마저 영업손실이 발생할 경우 침체된 항공업계의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습니다.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상반기 농사를 다 망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겉으로 침착한 대응태세를 유지하는 항공업계도 속으로는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입니다.

이런 우려는 과거 2003년 사스 사태와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여객수가 정상으로 회복되는데 3~5개월 가량이 걸렸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지난해 실적 악화에 허덕였던 항공사들 입장에서는 대응방안 마련 자체가 불가능한 전염병 리스크는 망연자실하게 하는 요인입니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실적 보다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 대응에 발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알고 있는 항공업계지만 내부적으로는 실적악화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한 것입니다.

사실 올해는 항공업계에게 대단히 중요한 시기입니다. 국내 저비용항공(LCC) 시장의 포화와 공급과잉, 그리고 주요 수익원인 일본노선 축소로 인한 실적악화 악몽을 벗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4분기 국내 항공사들은 모두 적자에 빠질 것이 확실시 됩니다. 그나마 영업흑자를 유지하던 대한항공마저도 4분기에는 26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제주항공·에어부산·진에어·티웨이 등 6개사의 영업적자는 24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1분기마저 적자 행진을 이어간다면 그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에 대응할 방법도 없습니다. 항공업계의 대응방안은 항공기 탑승 승무원과 중국노선 현지 지상 근무자에 대해 마스크와 장갑 착용을 지시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우한 노선을 운영하던 대한항공은 이달 말까지 해당 노선 운항을 중단한 것이 가장 강력한 자체 대응책입니다.

현재 항공업계는 상황에 따라 중국 전체 노선에 대한 운항 횟수 조절이나 중단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노선 운항을 우한 폐렴 확산 등 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혼란은 증권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의 주가는 5~9% 넘게 급락했습니다.

우한 폐렴 사태가 안정화될 때 까지는 항공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의 기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항공업계가 할 수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우한 폐렴 사태가 장기화 되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 말고는 없는 듯합니다. 항공업계의 시름은 하루 하루 더 커지고 있습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