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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송계가 220년 가까이 지역사회를 이끌어온 이유는…

이리송계가 220년 가까이 지역사회를 이끌어온 이유는…

기사승인 2020. 01. 2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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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호 교수의 '한국적 지역공동체 사례연구-복내이리송계'
한국적 지역공동체 사례연구
‘복내이리송계(福內二里松契)’는 전라남도 보성군 복내면(福內面) 이리(二里)에서 1803년(계해, 순조 3)에 결성돼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지역기반 공동체 조직이다.

이리송계는 220년 가까이 지역사회와 구성원들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오고 있다. 세도정치, 서세동점의 구한말 혼란기, 경술국치와 일제강점기, 해방과 전쟁, 급속히 진행된 산업화와 도시화 등 역사의 격랑 속에서도 지역공동체의 정체성을 꾸준하게 지켜왔다.

이러한 이리송계에 관한 심층적 연구의 결과물이 배수호 성균관대 행정학과 및 국정전문대학원 교수의 저서 ‘한국적 지역공동체 사례연구-복내이리송계(福內二里松契)’에 담겼다.

배 교수는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공동체 정신의 실종과 공동체의 소멸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으며 개인은 공동체 속에서 친밀감과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현상 속에서 개인은 더더욱 불행해지고 있다. 공동체성을 살리고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은 그래서 시급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목한 지역공동체인 이리송계는 오랜 기간 동안 구성원에게 친밀한 정서적 안정감과 실질적 혜택을 제공했고, 산업화와 도시화로 촉발된 이농 현상에서도 지역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해 왔다.

이리 지역 자연마을들은 복내천 골짜기를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과거부터 이리 지역사회에서는 공동체의 정체성 유지와 구성원 간 유대 강화, 후속세대의 사회화, 상호 부조와 협력 등 공동의 생존과 이익을 위한 노력을 적극 추진해왔다. 이리송계는 자체적으로 조직 구성, 의사결정 구조, 재정관리 등에 체계를 갖추고 지역공동체 현안을 해결하며 유대를 강화해왔다.

또한 이리송계는 일정한 강제성과 규제를 가할 수 있도록 과거 전통에서 전래되어온 불문율과 관습뿐 아니라 명문 규정과 규약을 마련해 시행해왔다. 뿐만 아니라 탄탄한 재정적 기반과 재산 증식을 바탕으로 시대 변화에 따른 지역사회 현안과 문제들을 공동으로 대처하고 상부상조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이리 지역을 네 차례 현장 방문해 이리송계를 이끌고 있는 임원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했다. 또한 송계책 총 15권, 복내 향약안(福內 鄕約案), 회의록(1984~2015), 출납장부 총 3책(1908~1915, 1916~1934, 1972~2014), 결산보고 관련 자료(1985~2014) 등 각종 1차 사료들을 발굴·수집해 연구를 진행했다.

저자는 이리송계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할 수 있었던 요인들이 무엇인지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무엇보다도 이리송계의 제도와 규약 내용, 조직 구성과 운영 방식, 임원 구성 및 선출, 의사결정 체계 및 과정, 재정 운영과 관리 등에 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분석을 실시했다.

배 교수는 “사회적경제,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지역기반 공동체 조직을 활성화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적극 추진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책은 시의적절하고 실질적인 함의와 방향을 제공할 것”이라며 “공동체정신을 함양하고 지역공동체를 복원하는 데 문제의식과 고려사항, 시사점과 교훈은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혜안을 제시하는 마중물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저자는 ‘산림공유자원관리로서 금송계 연구: 公有와 私有를 넘어서 共有의 지혜로’(배수호·이명석, 집문당, 2018)를 출간했다. 전통농경사회에서 퇴비, 땔감, 목재, 식량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산림공유자원의 자율적·자치적·체계적인 관리방식이자 조직인 금송계 연구를 진행하며 저자는 지역공동체 조직의 작동, 운영 및 관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리송계 연구도 그 연장선상에서 시작됐다.

태학사. 436쪽. 2만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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