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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30년만에 한국 떠나는 외국계 보험사들

[취재뒷담화]30년만에 한국 떠나는 외국계 보험사들

기사승인 2020. 01.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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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보험사들이 국내시장을 떠나고 있습니다. 보험업이 전성기를 구가했던 1990년대 초만 해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푸르덴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등 굵직한 영미권 보험회사가 한국 보험시장 문을 두들겼지만, 30년만에 하나둘씩 인수합병(M&A)시장 매물로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돼 수익성이 예전만 못한 데다가, 금융당국의 제재까지 강화되면서 ‘버티기’ 대신 ‘철수’를 선택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생명보험사들이 매물로 쏟아지고 있죠. 지금까지 M&A시장에 나온 외국계 보험사는 ING생명, 푸르덴셜생명 등이 있으며, 동양생명·ABL생명도 잠재적 매물로 점쳐집니다. 과거 판매한 확정형 고금리 저축성상품이 대다수 생명보험회사에 부담입니다. 고객에게 지급키로 약속한 보험금 규모는 상당한데, 저금리 기조 때문에 수입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죠.

국내 보험시장도 한계에 다달았습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알짜 보험사들이 매물로 나오고 있는데, 그만큼 해외 본사에서 향후 한국 보험시장 성장성과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외국계 보험사 매물은 계속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악화일로의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규제는 오히려 강화됐다는 토로도 나옵니다. 미국은 1980년대 후반 저금리 위기를 변액보험으로 돌파구를 만들었지만, 한국 시장은 상황이 다릅니다. 파생결합펀드(DLF)·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연이어 터지자 보험사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변액보험 시장도 막혀버렸죠. 게다가 보험대리점(GA) 과열경쟁으로 불완전판매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보험사가 한층 강화된 당국의 감독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보험업의 위기’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국내 보험시장의 성장동력은 멈춰있는 상황입니다. 책임준비금(자본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하는 시점에, 새로운 먹거리 사업에 투자하기도 어렵죠. 보험업계도 디지털 바람이 불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자본을 투입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란 뜻입니다. 이럴 때 일수록 금융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옵니다. 업계에선 특수직 종사자 보호 문제, 예금보험제도 개선,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조화롭고 균형 있는 공·사보험의 상호발전 모색,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한 올바른 의료문화 확산 등을 풀어야할 과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물론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감시감독은 필수죠. 하지만 과거 미국과 일본에서도 저금리 위기로 수십개 보험사가 팔리거나 문을 닫았던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로 보험사들이 수익을 보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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