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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쓰레기는 자원이다

[칼럼] 쓰레기는 자원이다

기사승인 2020. 02. 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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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은평구청장
“아버님, 이 강화유리는 재활용이 아니예요.”

주민 한 분이 자동차 창문 등에 쓰이는 강화유리를 유리 재활용품으로 분류하려고 하자 분리수거장 감독자 한 분이 막으면서 벌어진 이야기다. 유리라고 해서 다 재활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풍경은 은평구 갈현2동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은평구는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의 ‘주민 참여형 분리수거 사업’ 제안을 받아들여 ‘재활용품 거점 모아모아 사업’(모아모아 사업)이라는 은평구의 새로운 주민활동을 만들었다. ‘모아모아 사업’은 갈현2동 안에 10개의 거점을 정한 뒤, 매주 월요일 오후에 재활용 쓰레기를 주민들이 스스로 분리 배출하는 것이 골자다. 주민이 참여해 직접 분리수거함으로써 쓰레기 처리 비용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쓰레기 용량을 줄이는 효과도 내고 있다.

남편과 아내, 자녀와 손을 잡고 나온 엄마, 며느리와 같이 나온 어르신 등 삼삼오오 가족 단위로 나온 주민들이 직접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수거한다. 평소에 동네 골목에서 재활용 쓰레기 분리를 어려워했던 주민들로서는 주민이 직접 참여해 분리수거를 하는 게 일종의 이벤트인 셈이다.

주민들은 이러한 쓰레기 분리수거가 더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이 공동체가 살아나고 서로가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됐다. 작년 10월부터 실시한 ‘모아모아’ 사업은 전체 주택 2136가구 중 971개 가구가 참여해 성공리에 진행되고 있다. 올해에는 은평구 관내 더 많은 지역에서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

재활용이 늘면 그만큼 폐기물은 줄어든다. 전국 각지에 방치·불법 투기된 폐기물은 큰 사회문제기도 하다. 정부의 조사결과 전국에 불법 방치된 폐기물은 120만 톤에 달한다. 또한 CNN 보도로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된 경북 의성의 불타는 쓰레기 산맥, 필리핀으로 수출했다가 나라 망신을 시킨 채 돌아온 재활용쓰레기 등은 쓰레기의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 쓰레기를 매립할 땅을 확보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간혹 매립할 땅을 구한다 하더라도 그 한계가 명확하다. 일상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가능한 물건은 반드시 분리수거해 최대한 다시 살려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은평내에서도 다각도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청 주관 행사에서는 일회용품 사용 전면 금지가 정착돼 있고 관내에서는 명확한 기준을 갖고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쓰레기는 줄이려는 노력과 동시에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2019년 3월 서울내 서북부 3구의 구청장과 6명의 국회의원들은 서북3구 자원순환센터 건립 및 폐기물 공동처리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3개 자치구가 협력해 종량제 폐기물, 재활용 폐기물, 음식물 폐기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자는 취지다.

은평구에서는 재활용 선별시설을 위한 광역자원순환센터를 건립 준비중이다. 광역자원순환센터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센터를 완전 지하화하는 기본계획을 수립해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다. 2020년 3월부터는 주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주민참여 자문단을 구성해 주민의견을 설계에 적극 반영하고자 한다. 이 광역자원순환센터 지상 공간에는 축구장·배드민턴장 등 생활체육시설과 문화센터가 함께하는 생활 SOC 복합센터가 건립돼 주민들의 생활 공간으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쓰레기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필수적으로 생기게 된다. 이를 기피하는 길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훌륭한 자원이 되기도 한다. 은평구는 ‘쓰레기는 자원’이라는 시각에서 지역의 모범을 만들 생각이다. 하지만 쓰레기 문제는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정부의 정책도 정비돼야 하고 시민단체, 주민의 관점도 달라져야 한다. 이제 쓰레기는 지자체를 넘어서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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