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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코로나 여파에 고민 깊어진 한은

[취재뒷담화]코로나 여파에 고민 깊어진 한은

기사승인 2020. 02. 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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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내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명동·홍대·신촌 등 서울 주요 번화가마저 한산한 모습입니다. 전염에 대한 불안감이 당장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신종 코로나’라는 변수에 국내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입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올해 첫 통화정책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동결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한차례 낮춘 이후 계속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에 이번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예측들도 팽배해진 상황입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은 2월과 4월이 열립니다. 2월에 동결하게 되면 4월이 돼야 다시금 기준금리를 조정할 수 있다는 얘기죠.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수출, 소비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앞서 사스나 메르스 때도 한은은 기준금리를 내렸습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도 지난달 30일 “감염병만으로 기준금리를 보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어떤 영향을 줄지 조금 더 지켜본 후 성장이나 물가, 경상수지 등 전망에 당연히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은이 동결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습니다. 지난달 한은이 발표한 2019년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0%였습니다. 정부에서 재정을 쏟아 부은 덕이긴 하지만 2%대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턱걸이했죠. 또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가 전분기 0.2%에서 0.7%로 확대되는 등 회복 조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한은에서도 이를 두고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내놓으며 안도감을 내쉬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경제성장률 개선이 불투명해진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기엔 부담도 있습니다. 이미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치인 1.25%에 머물고 있고, 추가 인하시엔 자금이 부동산과 가계대출 쪽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현 정부는 부동산에 대해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기도 하죠. 한은 관계자는 “이제 겨우 미·중 무역분쟁 등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였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며 “이번 여파는 가늠이 힘들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어깨가 한층 무거워진 한은이 2월 말로 예정된 금통위에서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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