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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CIA·독 BND, 스위스 암호장비 회사 소유, 수십년간 동맹·적국 기밀 빼내

미 CIA·독 BND, 스위스 암호장비 회사 소유, 수십년간 동맹·적국 기밀 빼내

기사승인 2020. 02. 1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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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WP·독 ZDF "세계 정부에 암호장비 판매 스위스회사, 미독 정보기관 소유"
"고객 120개국, 1981년 한국 10대 고객"
"장비 프로그램 미리 조작, 각국 기밀정보 쉽게 취득"
"중러북, 스위스 암호장비 사용 않아"
cia 작전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독일 연방정보국(BND)이 비밀리에 스위스의 유명 암호 장비 회사를 소유하고 수십년 동안 100여개국의 기밀을 무차별적으로 빼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와 독일 공영방송 ZDF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세기의 정보 쿠데타’라고 명명한 WP의 이날 특집 기사 온라인판 캡쳐.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독일 연방정보국(BND)이 비밀리에 스위스의 유명 암호 장비 회사를 소유하고 수십년 동안 100여개국의 기밀을 무차별적으로 빼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와 독일 공영방송 ZDF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매체는 공동 취재를 통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년간 전 세계 정부를 상대로 암호 장비를 팔아온 스위스 회사 ‘크립토AG’가 사실은 CIA와 서독 해외 첩보 기관인 BND의 공유 소유였으며 두 서방 진영 정보기관이 손쉽게 정보를 빼내왔다고 폭로했다.

이 회사의 고객이었던 국가는 120개국이 넘고, 확인된 62개국에는 한국과 일본도 포함되며 특히 한국은 1981년 기준 이 회사의 10대 고객이었다고 두 매체는 전했다.

크립토AG는 2차 대전 당시 미군과 첫 계약을 맺은 이후 전 세계의 정부들과 계약을 맺고 암호 장비를 판매해왔으며 각국은 이 암호 장비를 통해 자국의 첩보 요원이나 외교관, 군과의 연락을 유지해왔다.

CIA와 BND는 미리 프로그램을 조작해둬 이 장비를 통해 오가는 각국의 기밀정보를 쉽게 해제, 취득하면서 장비 판매 대금으로 수백만 달러의 거액도 챙겼다.

크립토AG의 장비를 쓴 나라에는 한국과 일본도 포함돼 있다. 아울러 적대적 관계인 인도와 파키스탄, 미국과 오랫동안 대치해온 이란, 미국의 오랜 우방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바티칸도 고객이었다.

특히 1980년대에는 크립토AG의 ‘우수 고객’은 전 세계 분쟁지역의 리스트나 다름없었다. 1981년 기준으로 사우디가 이 회사의 가장 큰 고객이었으며 이란과 이탈리아·인도네시아·이라크·리비아·요르단에 이어 한국이 뒤를 이었다고 WP는 전했다.

CIA와 BND는 이 회사를 ‘미네르바’로 불렀다. 이 작전은 애초 ‘유의어 사전’이라는 뜻의 ‘Thesaurus’라는 암호명으로 불리다가 나중에 ‘루비콘’으로 변경됐다.

WP는 CIA 역사상 가장 대담한 작전이라며 CIA 작전사에도 ‘세기의 첩보 쿠데타’라는 표현이 등장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확보된 정보는 미국과 독일뿐 아니라 ‘파이브 아이즈’라고 불리는 영국과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기밀공유 동맹에도 열람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주된 타깃이었던 구소련과 중국, 그리고 북한은 크립토AG의 장비를 절대 이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 회사가 서방과 연계돼 있다고 의심했던 것이다.

보고서는 이들 공산권 3개국이 거의 뚫을 수 없는 수준의 암호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CIA는 다른 나라들이 구소련 및 러시아와 연락하는 과정을 추적해 상당량의 정보를 취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설명했다.

1990년대 초에 들어서자 BND는 발각의 위험이 너무 크다고 보고 작전에서 손을 뗐다. 그러나 CIA는 독일이 갖고 있던 지분을 사들여 계속 작전을 이어가다가 2018년이 돼서야 물러섰다.

그즈음부터 국제 보안 시장에서 온라인 암호기 술의 확산과 맞물려 크립토AG의 위상이 떨어졌다고 WP는 전했다.

WP와 ZDF는 CIA 내부 기관인 정보연구센터가 2004년 완성한 96쪽짜리 작전 문건과 독일 정보당국에서 2008년 편집한 구술사 등을 확보해 특집 보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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