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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돌아온 권광석…손태승 회장과 시너지 기대만큼 우려도

2년만에 돌아온 권광석…손태승 회장과 시너지 기대만큼 우려도

기사승인 2020. 02.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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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장으로 화려하게 복귀
조직안정·고객 신뢰 회복 강조
IB 부행장 시절 손발 맞춘 경험
"손 회장은 김정기 부문장 밀어"
원만하지 않은 관계란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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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가 우리은행을 떠난 지 2년 만에 은행장으로 복귀하게 됐다. 최근 우리은행에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사태, 고객 비밀번호 무단 도용 등 조직의 안정을 해칠 수 있는 문제들이 잇달아 터지자 우리금융은 권 대표를 해결사로 낙점했다. 권 내정자 역시 행장 후보로 선임된 이후 조직안정과 고객 신뢰 회복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의 불협화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손 회장의 지원 속에 유력 행장 후보로 거론됐던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장이 밀리자, 손 회장과 권 내정자 사이 권력다툼이 나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손 회장은 DLF사태로 중징계를 받게 됐다. 다음달 징계 효력이 발생하면 연임이 불가능해진다. 이에 손 회장은 이사회의 지지를 기반으로 행정소송을 통해 연임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법원이 반드시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줄지는 알 수 없다. 우리금융 입장에서 컨틴전시 플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사회가 손 회장의 사람이 아닌 권 내정자를 은행장으로 선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스트 손태승’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손 회장과 권 내정자가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권 내정자가 IB부문 부행장 시절 글로벌부문장이었던 손 회장과 손발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M&A) 등 그룹이 추진하는 사업에서 협업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12일 권광석 우리은행장 내정자는 아시아투데이와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우리은행은 시스템 붕괴와 고객 신뢰 추락, 직원들의 상호 불신임 등 3가지 축이 무너졌다”며 “은행장으로 취임하면 가장 최우선으로 조직안정화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권 내정자는 2년 동안 은행을 떠나 있었던 만큼 보다 객관적 시각에서 볼 수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권 내정자는 손 회장과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 회장이 은행 글로벌부문장으로 있을 때 IB그룹 집행부행장으로 함께 해외 출장을 다녔기 때문에 호흡이 잘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권 내정자와 손 회장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은행장 임추위에서도 손 회장은 김정기 부문장을 밀었지만, 일부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결국 권 내정자가 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권 내정자 선임 직후 우리은행과 그룹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권 내정자와 경쟁했던 김정기 부문장도 지주 사업관리부문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이 우리은행을 권 내정자에게 넘겨주기 전에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해 친정체제를 공고히 했다고 보고 있다. 또 핵심 요직인 영업부문장과 영업지원부문장 자리를 없애고 부행장 수도 줄였다. 은행장 권한을 대폭 줄인 동시에 자신의 측근을 통해 차기 은행장의 손발을 묶어놓겠다는 계산이라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권광석 내정자는 손태승 회장 때문에 은행을 떠났다”라며 “두 사람 사이가 좋을 수 없는 데다, 손 회장이 지지하던 김정기 부문장이 밀렸기 때문에 손태승-권광석 체제는 동행보다는 견제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징계로 인해 손 회장의 연임이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해 과점주주들이 권광석 내정자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손 회장과 금융감독원의 관계는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까지 치달았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이 권 내정자라고 과점주주들은 본 것이다. 권 내정자는 현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우리금융은 정부 지분이 아직 17%나 되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현 정부와 줄을 댈 수 있는 권 내정자가 그룹에 필요하다는 판단인 셈이다. 이에 권 내정자 역시 취임 이후 조직 장악 차원에서 측근 인사를 단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이 금감원 징계 결정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그럴 경우 금감원과의 관계는 더욱 나빠질 수 있다”라며 “이에 정치권이나 정부와 네트워크가 좋은 권광석 내정자를 통해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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