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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감염병 격리와 해제, 그리고 심리적 방역

[칼럼] 감염병 격리와 해제, 그리고 심리적 방역

기사승인 2020. 02. 1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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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순천향대 의대교수(천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불확실성 배제' 전문가 소통 정부 역할
'우한 교민' 따뜻히 포용하는 성숙한 시민의식 절실
불안감 조장 기사, 공포 확산...정부·언론·국민 소통 막중
이화영 순천향대 의대교수
이화영 순천향대 의대교수(천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감염병은 말 그대로 감염이 되는 병이다. 흔한 예로 독감이 있으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그리고 이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있다. 감염병 환자 한 명이 발생하면 그 환자뿐만 아니라 그와 접촉한 사람도 격리가 필요하다. 격리하는 이유는 감염되었지만 증상 발현이 되지 않는 잠복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전 세계 문제가 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또한 2주 정도의 잠복기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잠복기 동안 불안과 공포가 커진다. 환자와 접촉한 당사자는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불확실하다. 일반인은 혹시 잠복기에 있는 사람과 접촉했는지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잠복기의 시간이 지나서 증상이 나타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 뿐이다. 그 사이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우리는 그 기다림의 시간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심리적 압박감이 올라가면서 불안과 공포감을 증폭시키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불안해 하면서 여러 정보들을 찾게 되고 거기에 반응해 불확실한 정보가 나돌게 된다. 어떤 정보가 확실한 것인지 모르는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된다. 불안과 공포감은 인류 보편적인 감정이지만 과도할 경우 불만과 적대감이 생길 수 있다. 환자와 격리된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감염원(바이러스)으로 보게 돼 공동체를 파괴하고 상처를 주게 된다. 심하게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생긴다. 그렇지만 적절한 수준의 불안감은 감염원의 전파를 방지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하지만 불안을 느끼지 못하는 무모한 행동이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불안감 조장 기사, 공포 확산’...정부·언론·국민 ‘소통’ 중요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예방 접종을 하고 방역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전염병이 창궐할 때 보편적으로 느끼는 불안감이 과도해지면 공동체가 파괴될 수 있기 때문에 심리적 방역이 필수적이다. 위기 상황에서 나타나는 여러 종류의 불안과 공포감을 적절히 조절해 공동체의 긍정적 유대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불확실성을 동반한 기다림의 시간을 적절한 불안감으로 보낼 수 있는지의 여부가 그 사회의 시민의식이 얼마나 성숙됐는지를 보여주게 된다.

불안할 때는 누구나 합리적 사고를 하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합리적이고 현명한 생각을 유지할 수 있을까? 첫째, 나 또는 내 가족이 환자가 될 수 있고 격리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이는 불안감을 상승시키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환자 또는 격리자에 대한 존중의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 불확실성을 배제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가장 많은 정보를 다루고 많은 전문가와 소통할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다. 정부 부처들은 정확하고 일관된 정보를 지속적으로 보내주는 것이 필요하며 이 정보를 전달하는 언론 매체 또한 중요하다.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불안감만을 조장하는 기사는 대중의 공포를 확대시킬 뿐이다. 일반 국민들의 역할은 정확성을 갖고 선별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정부와 언론, 국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사스와 메르스를 경험하면서 정부의 위험 상황에 대처하는 시스템과 불안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국민의 의식이 점점 성숙돼 가고 있다.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에서 격리생활을 해온 우한 교민 등 우리 국민들이 격리 해제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해외에서 지내면서 고국에 대한 그리움도 컸을 것이다. 중국보다 모국이 더 안전하다는 믿음과 편안함도 느꼈겠지만 그 동안 좁은 공간에 격리되면서 답답함도 커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일반 사회로 복귀하는 교민들이 아무런 편견이나 차별 없이 일상 생활에 연착할 수 있도록 위로하고 포용과 화합의 마음을 나누는 성숙한 시민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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