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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유통·항공업 부진에 애경그룹 실적 반토막…채형석 총괄부회장 위기 대처능력 시험대

[마켓파워]유통·항공업 부진에 애경그룹 실적 반토막…채형석 총괄부회장 위기 대처능력 시험대

기사승인 2020. 02.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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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홀딩스 영업익 1131억…51% 급감
코로나19·日 불매운동에 계열사 부진
채 총괄부회장 '미소회'서 현안 논의
제주항공 위기경영체제 등 관리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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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의 위기 대처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는 지난 2006년 말 총괄부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애경그룹의 지주사 전환, 대기업집단 편입 등의 성과를 거뒀다. 채 총괄부회장은 10년 이상 그룹을 이끌면서 유통, 항공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힌 주역이기도 하다. 과거 제주항공 인수 때만 하더라도 우려의 시선이 있었지만 초반의 부진을 딛고 2018년 영업이익 1000억원 규모까지 키워냈다. 그만큼 한 번 결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인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작년 대외환경 악화로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일제히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그룹의 영업이익도 반토막났다. 작년에 특히 부진했던 곳은 제주항공과 AK에스앤디다. 제주항공은 일본 불매 운동, 홍콩 시위 등의 여파로 여행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AK플라자와 AK몰을 운영하는 AK에스앤디는 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간신히 흑자를 냈다.

문제는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경영보다는 외부 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자체적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기가 어렵고, 상황이 언제 개선될지 예단하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있다. 사람이 많은 곳에 모이길 꺼려하는 데다, 여행 수요도 급감하면서 유통과 항공업에는 모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채 총괄부회장이 업황 호황 등으로 큰 무리 없이 그룹을 키워왔으나 외부 변수로 인해 첫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이 변수들을 통제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올해 주요 과제로 꼽힌다. 채 총괄부회장이 어떤 묘책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배경이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애경그룹의 지주사인 AK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7595억원, 영업이익은 131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1.4% 급감했다.

애경그룹의 지주사는 AK홀딩스로 채 총괄부회장의 지분율은 16.14%다. 이어 AK홀딩스는 애경산업(45.08%), 애경유화(45.16%), 제주항공(57.09%), AK에스앤디(77.18%), 애경화학(50%)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채 총괄부회장→AK홀딩스→주요 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다.

애경그룹이 2012년 지주사로 전환한 이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AK에스앤디의 실적 부진에 발목이 잡혔지만, 2016년부터는 애경산업, 제주항공 등 계열사의 반등에 힘입어 매년 영업이익이 성장해 왔다.

AK홀딩스는 별도의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지주사인 만큼 사실상 이 실적은 계열사들의 성적표다.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악화되자 그룹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AK홀딩스 역시 손익 급감의 원인을 ‘종속회사의 전반적인 실적 부진’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계열사를 살펴보면 애경산업은 매출(7013억원)은 0.3% 증가하는 사이 영업이익이 23.5% 감소한 606억원으로 집계됐다. 중국에서 화장품 부문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애경유화는 작년 1조170억원, 영업이익 468억원을 각각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1.4%, 9.9% 각각 줄었다. 전년 반영됐던 애경홍콩 종속기업의 처분 이익이 없어진 영향을 받았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조3840억원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영업손실 32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12억원의 영업이익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AK에스앤디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어든 2487억원, 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특히 AK에스앤디는 자본잠식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채 총괄부회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애경그룹은 채 총괄부회장을 중심으로 각 계열사의 주요 임원 등이 참여하는 ‘미소회(미래를 소통하는 회의)’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여기서 각 계열사의 주요 현안을 보고하는 한편 앞으로의 계획 등을 논의한다. 주요 투자 등이 이 자리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서 그룹이 위기를 헤쳐나갈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계열사 중 작년 가장 부진했던 제주항공은 비상경영을 넘어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경영진의 임금 30% 이상을 반납하고, 장기무급휴가제도는 기존 승무원 대상에서 전 직원으로 확대했다. 애경산업은 올해 화장품 브랜드인 AGE 20’s를 메가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생활용품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주요 계열사의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해 올해 실적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며 “AK플라자는 기존 사업구조에 대한 효율화를 추진하고 NSC, V커머스, 온라인 뷰티특화 카테고리 강화 등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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