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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약이야기]①동아제약 알린 공신, 박카스 탄생 비화는

[明약이야기]①동아제약 알린 공신, 박카스 탄생 비화는

기사승인 2020. 02.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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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전후 간 손상 막는 알약 출시
제제 기술 미숙해 줄반품 흑역사도
비타민·타우린 첨가 드링크 변신후
국내외 2248억 넘는 매출신화 탄생
시대상 잘잡아낸 광고도 인기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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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명약(名藥)도 있지만, 명약(明藥)도 있다. 효과가 좋은 약도 있지만, 한 시대의 국민 건강을 책임진 약도 있다는 의미다. 1960년대에만 해도 6·25전쟁으로 허약해진 국민들은 비타민 제품을 선호했다. 항생제와 진통소염제 등 구호의약품 속에서 본 비타민에 대한 신뢰가 있었던 탓이다. 최근에는 감기는 물론 코로나19 등 다양한 질병이 발생하면서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유산균 제품이 유행하고 있다. 제약사의 ‘어떤 제품이 인기가 있는지’는 그 시대에 어떤 환자가 있고, 국민들이 무엇에 관심있는지 알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특히 명약은 건강과 관련된 만큼 오랫동안 연구하고, 개발을 거듭한 끝에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한번 신뢰를 얻은 명약은 소비자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는다. ‘명제약사에 명약 나온다’는 말처럼 명약이 나오기까지 숨은 공신은 누구인지 또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짚어본다.

아시아투데이 윤서영 기자 = ‘국민 피로 회복제’로 알려진 박카스의 어원은 로마신화에서 ‘술의 신’으로 나오는 ‘바쿠스(Baccus)’다.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은 ‘간을 보호한다’는 이미지를 떠올리다가 주당들을 지켜주고 풍년이 들도록 돕는 술의 신을 떠올려 ‘박카스’로 이름을 붙였다. 1961년 9월, 박카스의 신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경영난 겪던 동아제약, ‘박카스’가 구원투수로
동아쏘시오그룹 전신인 동아제약은 1932년 고(故) 강중희 회장이 ‘강중희상점’이라는 위생재료 도매상으로 시작했다. 이후 동아제약은 서울 용두동에 항생제 공장을 준공했다가 과잉 공급으로 경영난에 시달리게 된다. 고 강 회장의 장남인 강 명예회장은 당시 독일에서 유학하면서 부친인 고(故)강 회장에게 신약 연구개발의 동향을 전하고 있었는데, 동아제약의 경영난을 듣고 즉시 회사로 복귀했다. 이후 그는 ‘다른 제약사에서 생산할 수 없는 독특한 제품을 생산하겠다’며 동남아 각국을 돌며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1960년은 비타민과 미네랄의 복합영양제가 인기였다. 국내 제약시장도 강간제 등을 첨가한 비타민 제품이 붐을 일으켰다. 당시 제약사들은 회사명이나 성분명으로만 제품 이름을 붙였는데 동아제약이 신화 속 신의 이름을 붙인 ‘박카스’를 파격적으로 출시했다.

◇반품 요청에 용기 파손…박카스 수난시대
박카스는 출시 당시 ‘종합강간영양제’라는 표지로 음주 전후 간의 손상을 막는 알약이었다. ‘박카스 정’은 월간 매출이 1만개까지 늘어났으나, 제제 기술이 미숙해 알약이 녹으면서 반품요청이 대거 들어왔다. 한 번 치명타를 입은 박카스 정 매출은 무섭도록 하락하기 시작했다. 강 회장은 전격적으로 박카스의 제형을 ‘앰플’로 교체했다. 이듬해 ‘박카스 내복액’으로 재발매했는데 또 다른 복병을 만났다. 운반 과정에서 얇은 유리병으로 된 앰플 용기가 깨지면서 파손율이 높아진 것.

강 회장은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끝에 1963년 8월, 마침내 현재의 형태인 드링크 타입으로 ‘박카스 D’를 출시했다. 기존 성분에 지방간을 억제하는 이노시톨과 비타민B6를 첨가, 타우린까지 보강한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 타우린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생체물질로 체내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고 간 기능을 보조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이다. 이후 52년 만인 2005년, 박카스는 몇 번의 리뉴얼을 거듭한 끝에 타우린 성분을 두 배 늘린 ‘박카스 D’를 출시했으며 이후 카페인 성분이 없는 ‘박카스 디카페’도 발매해 여러 소비자층을 겨냥한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약국에서 판매되던 박카스는 2011년 7월 의약외품으로 전환, 카르니틴 성분이 함유된 ‘박카스F’로 출시됐으며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게 됐다.

◇실패 거듭한 박카스, 60년째 동아제약 ‘효자 제품’으로
동아제약의 매출 대부분은 박카스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동아제약은 3812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2248억원이 박카스 매출이다. 최근 해외에서도 박카스 매출 증가세가 높아지고 있다. 각국마다 박카스 제품이 조금씩 다른데 캄보디아에서는 캔박카스로 판매돼 인기가 높다. 이 외에 필리핀, 대만, 과테말라 등에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박카스 매출액은 1800억원이며 매년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국민 박카스’로 불리게 된 사연은
박카스가 국민 피로회복제로 불리게 된 배경에는 광고 효과도 컸다. 일상 속 공감과 감동을 자아낸 박카스의 광고도 인기에 한몫했기 때문. 1993년 동아제약은 묵묵히 음지에서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광고 시리즈로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어때?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는 카피로 이름을 날렸다. 밤샘 공부로 종점까지 졸던 학생에게 “학생, 힘들지?”라며 박카스를 건낸 운전기사, 새벽까지 농구시합을 한 뒤 “한 게임 더?”라고 묻는 학생들 등의 장면은 한 때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2006년 이후부터는 ‘피로회복’을 중심으로 “우리는 누군가의 박카스다”라는 광고를 선보였다. 이후 ‘풀려라 5천만, 풀려라 피로!’라는 카피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문구를 선보였으며 가족에서의 관계 회복, 2030세대의 꿈과 열정을 응원하는 메시지 등으로 시대상을 잘 잡아냈다는 평가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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