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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성이 계속 일하려면,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 세워야

[칼럼] 여성이 계속 일하려면,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 세워야

기사승인 2020. 03. 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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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장
조영미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장
최근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에서 주관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경력단절여성들이 어렵게 재취업에 성공해도 30.5%가 1년 이내 그만둘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 직장이나 직무가 전망이 없어서, 근무조건 또는 작업환경이 나빠서, 이직이나 계약만료 등을 꼽았다.

재취업시 과거 경력을 인정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응답자의 60% 이상이 과거 경력과 밀접한 일자리를 구했는데도 말이다. 경력단절로 인해 경력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2018년 서울시 여성임금노동자 월평균임금은 남성의 63%로 몇 해째 같은 수준이고, 서울의 여성노동자 가운데 월평균 147만원 미만을 받는 저임금노동자 비율은 27.5%로 남성 9.6%보다 3배가량 높다. 국제적으로 비교해 봐도 OECD 국가 중 남녀임금격차는 최하위 수준이다.

보통 임신·출산·육아의 이유로 여성들이 일을 그만뒀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구조사에 의하면, 여성들이 일을 그만둔 이유로 가장 많이 꼽는 것은 ‘근로조건 및 직장환경’이다. 오히려 육아·자녀교육·가족간호’를 이유로 직장을 그만뒀다는 응답보다 결혼·임신·출산으로 퇴사하는 ‘관행’ 때문에 직장을 그만뒀다는 응답이 더 높았다.

애초부터 여성들이 좋은 일자리에 진입하는 것이 어렵다는 게 큰 문제인 셈이다. 차별적 직장문화, 낮은 임금, 전망 없는 직무, 비정규직 등 좋은 일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여성들은 어렵게 취업해도 또 그만두고 싶어진다.

한편 기업은 기업대로 애로사항이 있다. 육아휴직, 배우자 출산휴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 등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을 위한 지원제도들을 알고는 있어도, 시행하기에는 현장 고충이 크다.

중소기업에서는 근로자 한 명이 처리하는 업무의 범위가 넓어 휴직자의 업무를 100% 대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대체인력 채용에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육아휴직자가 있는 경우 중소기업의 61.4%가 대체인력의 고용 없이 회사 내 업무배치를 조정해 해결한다고 답했다. 기존 직원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경우에는 팀원 전체에 업무 스트레스 가중이 예상된다.

육아휴직 기간도 경력으로 인정하도록 돼 있고, 상대적으로 휴가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남성 직원이나 비혼 근로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유급휴가로 인한 인건비 부담, 휴직기간에도 고용유지금 발생 및 육아휴직기간의 퇴직금 산입 등으로 기업은 비용부담을 안고 가야 할 뿐만 아니라 배우자 출산휴가도 10일로 길어짐에 따라 이에 대한 부담감도 느끼고 있었다. 기업의 여성인력에 대한 이런 부정적 경험은 이후 여성인력 채용에도 분명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성에게 있어 ‘직업’은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에서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제 교과서에서도 아빠는 밖에서 일하고 엄마는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기혼여성이든, 비혼여성이든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 성장해야만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향상도 이뤄진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여성들의 경력이 중단되고, 직장으로의 복귀가 늦어지고 있다.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돌봄문제 해결’ 이전에도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 저임금과 계약만료에 불안해하는 여성들에게 출산·육아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성평등임금, 성평등 조직문화, 일가정 양립, 성평등 육아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

그리고 기업들에게도 장기적 안목을 당부하고 싶다. 당장의 경영부담만 생각할 게 아니라, 능력 있는 여성인력을 고용했을 때 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마인드 전환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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