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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2010년의 ‘대기만성’ 2020년의 ‘생사기로’

[데스크 칼럼]2010년의 ‘대기만성’ 2020년의 ‘생사기로’

기사승인 2020. 03. 0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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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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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성장기업팀장
2010년 우연히 알게 된 중소기업 대표가 있다. 직전까지 대기업을 다녔던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를 기회라 생각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한 상태였다. 목소리는 자신만만했고 표정엔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안정된 직장을 관두면서 자신과 주위사람에게 했던 다짐은 ‘대기만성(大器晩成)’이었다.

“큰 그릇이 되기 위해선 그만큼 시간이 걸립니다. 딱 10년만 두고 보십시오. 반드시 성과가 나타날 겁니다.”

이후 정권이 세 번 바꿨다. 때로는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이 찾아오긴 했지만 예상치도 못했던 돌발 변수가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위기 때 마다 가족과 친구들의 희생으로 어떻게든 버텼을 것이다. 대다수의 중소기업인들이 그랬듯이…

정확히 10년이 지난 얼마 전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다짜고짜 ‘대기만성’부터 물었다.

“(버틸 수 있는 한계가)오늘, 내일 합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는 게 목표입니다.”

10년 사이에 ‘큰 그릇’에 대한 정의는 ‘수명 연장’으로 바뀌어있었다.

하지만 그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연 초마다 “올해는 바닥을 치고 올라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더 큰 위기가 다가왔다. 많은 중소기업들의 곳간은 진작 바닥났으며, 끌어온 대출까지 전부 소진했다. 버티는 것에 한계가 온 상태에서 ‘천재지변’이자 ‘불가항력’인 코로나 19까지 터졌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힘들다. 대기업까지 구조조정에 나선 만큼 경기상황은 최악이다. 두산중공업은 만45세 이상 직원 2600명을 상대로 명예퇴직을 진행 중이다. 중국노선의 80%를 없앤 아시아나항공은 3월부터 사장 급여 전액 반납하고 전 직원의 임금 33% 차감키로 했다. 롯데쇼핑은 전체 매장의 3분의 1인 200여곳의 폐점을 결정했다. 드러나진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일감이 언제 끊길지 모르는, 그래서 회사의 존폐를 걱정해야 협력사들은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19에 의한 직접적인 타격과 경기 위축에 따른 여파까지 감내해야 한다. 당장 월 말에 나가는 직원들의 월급을 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도전? 창업정신? 스티브 잡스의 차고? 다 언강생심이다.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정부의 역할이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를 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중소기업인들은 코로나 19 피해에 대한 신속한 대책 마련을 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피해기업에 대한 납세 유예 등 경영 활동 지원,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부재정 조기 집행 등을 원하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정부도 매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착 현장에서는 이 같은 지원책을 보면서도 반색하지 않는다. 왜? 정작 금융권에선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대출을 안 해주기 때문이다.

그 누구보다 도움이 필요하지만 정작 도움을 받기 위해선 또 다른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구조다. 최악의 상황인 중소기업·소상공인은 정부 지원에서도 빗겨가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경제를 살릴 방안을 진행해야 한다. 단 기존 방식대로 하면 늦는다. 과감한 결단과 실행이 절실하다. 정치논리에 매몰되선 안된다. 살아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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