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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공천·김형오 사천’ 거센 후폭풍…4·15 총선 ‘무소속’ 변수 급부상

‘친문 공천·김형오 사천’ 거센 후폭풍…4·15 총선 ‘무소속’ 변수 급부상

기사승인 2020. 03. 0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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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강남을 최홍·인천 배준영·부산 황보승희 '김형오 키즈'
TK 곽대훈 "막장 공천·밀실 사천"
컷오프 민주당 민병두·신경민 "공천 수용 못해" 무소속 시사
'듣보신' 공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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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가 8일 거창 선거사무실에서 미래통합당 공천 탈락에 반발해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선거구에 무소속 출마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김 지사가 지역 유권자들에게 반드시 승리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하트를 보내고 있다. / 박현섭 기자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의 칼바람 공천을 두고 사천(私薦) 논란이 거세다. 쟁쟁한 현역 의원들을 자르고 새로 공천한 인물들이 김 위원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어 공천 기준과 원칙에 대한 ‘공정성 불만’이 터져 나온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친문(친문재인) 공천 일색’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비문(비문재인)이나 계파색이 옅은 중도성향 의원들은 대거 컷오프 된 반면 친문이나 특히 문재인정부 출신 인사들이 대거 공천을 받았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중 민주당 공천에 도전한 후보는 49명으로 이 중 26명이 공천권을 거머쥐었다.

여당인 민주당이나 제1야당인 통합당 모두 4·15 총선을 불과 30여 일 앞두고 ‘공천 후폭풍’에 휘말리면서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총선 최대 돌발 변수로 급부상했다. 초박빙의 승부를 펼쳐야 하는 서울과 수도권, 충청권, 부산·경남(PK) 지역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적지 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공관위는 대구·경북(TK) 지역 대구에서 곽대훈(초선·달서갑)·정태옥(초선·북구갑) 의원을 컷오프 했다. 경북은 강석호(3선·영양영덕봉화울진)·김재원(3선·상주군위의성청송)·김석기(초선·경주)·박명재(재선·포항남울릉)·백승주(초선·구미갑)의원을 탈락시켰다. PK에서 경남은 이주영 국회부의장(5선·창원마산합포구)과 김한표(재선·거제)·김재경(4선·진주을)·김성태(초선·비례) 의원을 컷오프했다.

공천 물갈이 폭은 차지하더라도 TK와 부산·경남(PK)에 새로 투입된 인사들 면면을 보면 경쟁력이 부족한 후보 일색이라는 지적이 크다. 특히 새롭게 배치된 인물 대다수가 김 위원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라 제대로 된 공천 기준이 적용된 것이냐는 의구심이 적잖다.

부산 중·영도구에 후보로 등록한 황보승희 전 부산시의원, 강남을 전략공천을 받은 최홍 전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사장, 인천 중·동·강화·옹진에 단수추천을 받은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 등은 김 위원장의 의원 시절 비서, 측근, 국회의장 시절 공보비서관 등을 지낸 ‘김형오 키즈’로 분류된다.

◇통합당 TK·PK 후폭풍 “공관위원장 감투쓰더니 사천”

곽대훈 의원은 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달서갑 공천이 막장공천이었고 밀실에서 이뤄진 사천이라는 것을 반드시 증명해 보이겠다”면서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곽 의원은 “공관위원장이 감투를 쓰더니 측근들에게 한자리씩 나눠주듯 ‘사천’에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곽 의원은 “이번 공천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하는 대구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라면서 “혁신공천 하랬더니 밀실공천하고 있고, 인적쇄신 하랬더니 올드보이 귀환시키고, 이길 수 있는 사람 공천하랬더니 측근 낙하산 보내고”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홍준표 미래통합당 양산을 예비후보가 5일 양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철우 기자
◇듣도 보도 못한 신인 ‘듣보신’ 내리꽂아…지역 민심 부글부글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아시아투데이와 통화에서 TK·PK 공천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땐 듣도 보도 못한 동네아저씨가 더 낫겠다”고 혹평했다. 박 평론가는 “메시지도, 전략도 더 나아가 유권자 눈높이도 배려하지 않은 자해행위”라면서 “김 위원장이 주변사람을 스스로 내치는 모습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 안팎에선 김 위원장이 마구잡이식 칼날을 휘두른 탓에 혁신 공천은 퇴색됐다는 비판 여론이 나온다. 공관위에서 김광림·최교일·장석춘 의원 등을 압박해서 불출마 선언을 하게 한 뒤 해당 의원들의 지역구는 경선 없이 단수 추천을 한 게 대표적 사례다.

컷오프 당한 강석호 의원은 “경북 구미에 초선(백승주 의원)을 컷오프했고 또 한 명(장석춘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했는데 공관위가 세게 압박해 그만두라고 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통합당 안 팎에서는 “공관위가 짬짜미 공천을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역에 오랫동안 기여해온 현역 의원은 압박해서 불출마를 종용한 뒤 공정한 경선도 없이 새로 꽂을 인물을 미리 정해놨다는 말이 흘러 나온다.

경남 지역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나이면 나이, 참신성이면 참신성같이 원칙있는 기준이었으면 좋겠는데 유독 영남에서만 이렇게 무자비하게 공천 칼날을 휘두르나”라고 성토했다. 이 의원은 “특히 PK는 보수진영 후보가 복수로 나가면 민주당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면서 “공관위가 왜 이런 지역 민심을 못 읽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영남권에 듣도 보도 못한 신인인 이른바 ‘듣보신’을 내리 꽂는 격이 되면서 지역 여론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공관위가 도대체 무슨 기준과 원칙을 갖고 공천을 한 것이냐는 지역민들의 불만이 거세다. 최소한 경선이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선거 때마다 통합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해준 TK·PK 지역 유권자들을 무시해도 너무 한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특히 공관위가 TK에 작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오만한 공천’을 했다는 지역 정가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TK 공천결과 자료 보는 김형오 공관위원장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6일 오후 국회에서 대구·경북(TK) 지역 공천 결과를 발표하며 자료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무소속으로 나가서 엎어버린다” 격앙된 분위기…탈당, 무소속 출마 가능성

장기표 전 전태일재단 이사장(75)의 경남 김해을 공천도 논란이 적지 않다. 현역 의원 중 컷오프 당한 박명재 의원(73)이나 불출마를 선언한 김광림 의원(71)에게는 직·간접적으로 나이가 많다는 잣대를 적용해놓고 올해 75살인 장 이사장을 공천한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경쟁력으로도 봐도 박 의원은 이번 공천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지역 정서가 강했다. 김 의원의 경우에도 차기 국회부의장 TK지역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이 컸었다. 반면 6차례 낙선 후 이번 총선에 7번째 도전하는 장 이사장의 본선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박 평론가는 “새로운 인재를 영입해서 발탁해야지 나이 70넘은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선거에 내보내는 건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경남 지역 한 의원은 “공관위가 이주영 의원(68)은 다선에 나이가 많다고 잘랐다”면서 “기준이나 일관성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텐데 공관위가 어쩌려고 이렇게 일을 벌였는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경남 지역 의원은 “당을 위해서 그렇게 몸 바쳐 투쟁했는데…”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의원은 “경쟁력 있는 현역 의원은 다 컷오프 시키고 ‘듣보신’으로 채워놓으니까 지역에서 ‘선거하러 안 갈란다. 누굴 찍어야 하나. 찍을 사람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지역 민심을 전했다.

공천 탈락자가 속출하면서 인지도와 명망 있는 인사들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가능성이 적잖다. 이들의 대규모 출마가 현실화되거나 무소속 연대를 꾸릴 경우 TK 지역에서 통합당이 총선 참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컷오프 당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이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9일 거취를 표명한다.

경북 지역 한 의원은 “지금 이 기회에 무소속으로 나가서 엎어버린다고 난리”라고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경남 지역 한 의원도 “무소속이나 탈당하자고 난리들 치고 있다”면서 “다만 우리끼리 조금 더 시간을 가지면서 지켜보자고 다독거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예비후보 자격 문제도 불거져…“온 몸 던지다 기소당한 의원들 뭐가 되냐”

경선 예비후보의 자격 문제도 불거진다. 부산 수영구에서 경선을 치르는 권성주 예비후보는 지난 2007년 2월과 4월 음주운전과 무면허 음주운전 경력이 드러났다. 공천 기준과 관련해 음주운전 3회 적발, 뺑소니·무면허 운전으로 물의를 빚으면 부적격 처리한다는 공관위 방침과 어긋난 결정이다.

정태옥 의원은 SNS에 “저 대신 양금희 후보가 단수 공천을 받았는데 양 후보는 연동형비례대표제에 찬성했다”면서 “심지어 심상정 대통령 만들기에 공을 들인 경력의 소유자”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통합당이 당론으로 막았던 좌파 패스트트랙 선거법을 막기 위해 온몸을 던지다가 기소 당한 현역 의원들은 도대체 무엇이 되는지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비공개 최고위 입장하는 도종환 이근형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전략공천위원장(오른쪽)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민병두 ‘공천 불만’ 무소속 출마…신경민 ‘수용 못해’

민주당에서는 컷오프 된 현역 의원들이 불복 의사를 밝히면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서울 동대문을 현역 의원이지만 컷오프 당한 민병두 의원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 의원은 지난 2016년 3월 이해찬 대표가 세종시 공천에서 탈락하자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한 것을 언급하면서 “저의 심정도 같다. 불안하다는 정무적 판단으로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을 경선에서 탈락한 신경민 의원은 SNS에 “결론적으로 현역 의원인 저는 공천 후보 곁에 서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당인으로 승복, 지지 의무와 양심의 사이에서 양심을 택할 수밖에 없다”며 당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서울 성북갑 경선에서 청와대 민정비서관·성북구청장 출신인 김영배 후보에게 패한 유승희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의 부정행위 의혹을 제기했다.

비문 성향 의원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당 일각에선 친문 공천 프레임이 작동한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비문인 오제세 의원은 최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보좌관 출신으로 지역에서 선거운동도 전혀 하지 않던 이장섭 예비후보에게 밀려 의도적으로 배제당했다”면서 “재심 요청을 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당에 돌아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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