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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염치모르는 親與인사들의 사외이사 꿰차기

[사설] 염치모르는 親與인사들의 사외이사 꿰차기

기사승인 2020. 03. 1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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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회사 사외이사의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상법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법제처심의가 끝난 것은 지난 1월 10일이었다. 해외에서도 유례없는 이러한 사외이사제와 관련된 시행령 개정안이 알려지자 상장기업들은 발칵 뒤집혔다. 대상기업은 566개로 3월 주총에서 기존의 사외이사를 모두 내보내고 서둘러 718명을 채워야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법무부는 법 시행령 시행시기를 내년으로 미룰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당정협의 과정에서 ‘올해 2월부터 강행’으로 바뀌었다. 그 이유가 최근 서서히 알려지고 있다는 게 증권계의 시각이다.

최근 남기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단장이 취임 한 달도 안 돼 하나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돼 논란이 되더니, 다른 많은 친여인사들도 3월 주총에서 기업의 사외이사 선임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현 정권에서 주미대사를 지낸 조윤제 서강대 명예교수, 문재인 대선캠프의 예종석 전 홍보본부장 등 대기업에서만 10여 명이 넘는다. 업계는 앞으로 사외이사 희망자가 더 늘어나 기업이 친여인사 일자리 제공처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사외이사는 풍부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경영 전반에 폭넓은 조언을 구하기 위해 선임되는 기업외부의 비상근이사다. 탈법·위법경영의 감시자 역할도 한다. 그러나 사외이사는 기업의 감시자 역할보다는 5000만~1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회사로부터 받으면서 이사회의 거수기 노릇만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이번에 상법 시행령을 개정해 서둘러 사외이사 자리를 많이 비우게 한 것도 현 정권이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아직까지 논공행상을 못한 인사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한 것이라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사외이사 자리는 기업이 원하는 사람을 영입해야 하고, 정권이 기업에 사람을 강제로 내리꽂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기업의 창의성이나 정경분리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친여인사의 민간기업 사외이사 꿰차기가 정권의 기업 장악을 위한 길 닦기 과정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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