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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울릉군 물개 한마리 출현으로 한때 소동…야생동물 보호 아쉬워

[르포] 울릉군 물개 한마리 출현으로 한때 소동…야생동물 보호 아쉬워

기사승인 2020. 03. 1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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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진상태에서 저동항서 발견돼
주민관광객들 사진촬영에 불안
전문가 "보호방법 찾아야"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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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경북 울릉군 저동항에 나타난 물개가 보트 계류시설 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조준호 기자
‘카톡.’ 11일 오전 11시께 지인으로부터 한 장의 사진을 받고 울릉도 저동항으로 급히 뛰어갔다.

이틀 전 경북 울릉도 북면에서 발견된 물개로 보이는 해양포유류가 떡하니 앉아 있는 사진이었다. 항구로 가는 동안 ‘가만히 있어야 할텐데’ 라는 말만 수없이 속으로 내뱉으며 도착했다.

다행이 물개는 저동항 보트 계류시설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사진에서 봤던 모습이었다.

휴대전화로 물개를 촬영한 후 경북 울진고래연구센터에 개체 확인을 요청했다. 센터측에서 물개로 판명된다고 알려 온 후 동영상과 사진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며 물개 상태 등을 파악했다.

혹시 굶주린 상태인가 싶어 꽁치통조림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는데 매몰차게 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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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경북 울릉도 저동항에 출현한 물개가 보트 계류시설 바닥에 앉아 있다. 전문가는 “탈수증상이 심한 듯하다”고 말했다./조준호 기자
센터 측은 “야생에서 살아온 개체들은 죽어 있는 어류는 거의 먹지 않는다”며 “신선하고 손질하지 않은 생선 등을 주며 반응을 지켜보자”고 설명했다.

지역민의 도움으로 살아있는 생선을 구해 줬지만 역시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센터 측은 조련사와 전문가 등과 대책을 논의하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해 줬다.

기자가 보내 준 동영상 등을 판독한 김현우 해양포유류 전문연구원은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심한 탈수 증상 등을 보이고 있어 포획이나 보호 등을 통해 먼저 치료해야한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물개 건강상태가 염려돼 울릉군에 도움을 요청했고 보고를 받은 허필중 부군수가 군청 직원과 경북어업기술센터 직원을 현장으로 보냈다.

이들이 도착하기전 이곳을 지나는 주민 및 관광객들은 신기한 듯 물개로 다가와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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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해경 대원들이 11일 오전 울릉도 저동항에서 물개 보호를 위해 가이드라인을 설치해 놓고 통제하고 있다./조준호 기자
주민들의 접근에 물개가 경계심을 보이자 울릉어업기술센터 지상철 소장의 도움을 얻어 통제를 위한 가이드 라인을 설치했다. 지 소장은 그 후 해경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

센터 측은 해경과 정보를 공유하며 “먼저 바다로 다시 돌아가지 않도록 그물 등을 쳐서 통제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게 우선 돼야하고 일반인들의 접근도 통제가 필요하다”며 “포획치료를 위해 의료팀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는 물개를 보호할만한 장비가 아무 것도 없었다. 해경은 주위에 있는 사각 그물망 등을 이용해 보호하려다 소리를 지르며 공격성을 보이는 물개의 행동에 이내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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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울을도 저동항에서 인간의 움직임에 위협을 느끼고 바다로 떠나는 물개 모습. /조준호 기자
물개는 잠시 누워 있다가 물양장 수면에서 한동안 빙빙 돌다가 천천히 항 밖으로 이동했다.

물개는 남방파제에 접안된 바지선과 어선 사이를 돌며 섬에서 멀어졌다.

김 연구원은 “야생 동물은 늘 사람들 기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막상 도움을 주기도 무척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울릉도는 해양포유류 출현도 많고 어떡하던 도움을 줘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이들을 도와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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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먼바다로 떠나지 못하고 경북 울릉도 저동항 인근에서 유영중인 물개 모습./조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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