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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정당, 개악(改惡)인가 개혁(改革)인가

비례대표 정당, 개악(改惡)인가 개혁(改革)인가

기사승인 2020. 03. 2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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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첫 도입
'막장' 위성정당 창당·'졸속' 후보검증 공천
특정 정파·강경 지지층, 원내진출 교두보
전문가 "위성정당 못하게 법적 장치 마련"
"비례 비율 높이거나 법 개정"
이해찬, 불출마 의원들과 비례정당 이적 논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윗줄 맨 오른쪽)와 4·15 총선 불출마 의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범여권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으로 이적 등을 논의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정은혜·금태섭·이규희·심기준 의원, 이해찬 대표. 아랫줄 왼쪽부터 원혜영·신창현·손금주·이훈·제윤경 의원. / 연합뉴스
집권 여당이며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사실상 ‘페이퍼 정당’이라는 비난까지 듣는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24일 후보 공천을 확정했다.

거대 양당 중에 하나인 제1야당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은 23일 하루만에 기존 공천자 명단을 갈아 엎었다.

비례후보 ‘막장 공천’이라는 비난이 쏟아져도 두 거대 양당은 아랑곳 하지 않고 투표용지 앞순번을 차지하기 위해 이젠 노골적인 ‘의원 꿔주기’ ‘의원 빌려주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해도 우리 사회 다양한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소수정당들의 원내진입을 돕기 위해 이번 4·15 21대 총선에서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당초 연비제 도입 취지와 달리 특정 정파와 강경 지지층만으로도 원내 진출이 가능하고 지역구에서라면 선택받지 못할 사람들이 졸속 검증을 거쳐 의원 배지를 다는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현재까지 ‘막장’ 비례정당 창당과 ‘졸속’ 후보 공천 과정을 보면 개악(改惡)으로 치닫고 있다. 다만 실제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개혁(改革)이 될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이 특정 정파에 매몰된 위성정당이 아닌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소수정당을 찍어 선거법 도입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향후 위성정당을 만들지 못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창권 한길리서치 대표는 24일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선거법을 악용해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고 계파를 챙기는 개악 중의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인지도가 있거나 내세울 경력이 있는 인물들을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정치적 편향성을 지닌 후보들을 배치했다. 향후 이들이 원내에 진입하면 거수기 역할밖에 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대표는 “선관위가 민주당이나 통합당이 위성정당을 만들 때 관련이 있다고 연상되는 당명을 쓰지 말도록 막았어야 했다”면서 “거대 양당에서 비례 전용 정당을 형제당·자매당으로 지칭하는데 형제·자매를 이용해서 정치적 땅따먹기를 하는 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충원 참배한 미래한국당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원유철 대표(맨 앞줄 왼쪽 일곱번째)와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2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순국선열을 합동 참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연합뉴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소수당의 의석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연비제를 도입한 것”이라면서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자기네들이 도로 가져가는 것은 대기업 갑질과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평론가는 “선거법을 이대로 뒀다간 선거 때마다 위성정당을 만들어야 할 판국”이라면서 “지난번 ‘한선교 파동’처럼 위성정당이 딴살림을 차리겠다고 하면 모(母) 정당 입장에서도 골치 아픈 일들이 벌어지는 만큼 선거가 끝난 뒤 여야가 어떤 식으로든 법 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 평론가는 향후 선거법 논의에 대해 “당초 중앙선관위 권고대로 국회의원 의석을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조정해 비례대표 비율을 높이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유권자들이 진보·보수 편 가르기나 거대 양당의 패권에 속하지 않는 정당을 찍어서 총선에서 본때를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제도 취지는 소수자들의 가치를 대표하고 정치적 다양성을 실현해 한국정치가 역동적으로 되게 하자는 취지였는데 연동형 캡(cap) 문제 등 1차적으로 제도 설계의 한계가 생겼다”면서 “무엇보다 거대 양당이 제도의 허점을 더 파고들어서 꼼수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당초 기대했던 가치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선거를 20여 일 앞둔 현재로선 선거법에 손대긴 어렵다”면서 “비례성을 강화해서 정치적 다양성 실현을 하는 게 목표인 만큼 21대 국회에서 선거법을 제대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25명 공개…1번 최연숙 대구동산병원 부원장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4·15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26명을 확정했다. 코로나19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최연숙 대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간호부원장이 1번, 사공정규 당 코로나19대책 태스크포스 위원장이 10번에 배치됐다. / 국민의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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