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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오페라 70주년]④창작오페라의 양적 팽창, 하지만 낮은 사회적 인식

[창작오페라 70주년]④창작오페라의 양적 팽창, 하지만 낮은 사회적 인식

기사승인 2020. 03. 30.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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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로 주춤하다 2000년대 이후 활기...객석점유율은 낮아
2006년 국립오페라단 천생연분 제공 국립오페라단
2006년 공연된 국립오페라단의 ‘천생연분’./제공=국립오페라단
첫 탄생 후 바로 큰 위기를 맞이했던 한국 창작오페라는 우리 사회가 안정돼감에 따라 점차 성장 궤도에 오른다. 김자경, 장일남, 김동진, 홍연택 등 선구자 음악인들의 노력에 힘입어 발전을 도모하기 시작한 창작오페라는 우리나라가 급성장한 1980~1990년대에 함께 도약했다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인해 주춤하게 된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극복한 2000년대에 들어와 다시금 오페라 무대가 활기를 띠게 되면서 창작오페라 역시 증가세를 보인다.

1999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외환위기로 침체에 빠진 오페라의 활성화를 위해 문예진흥원을 통해 20억원의 국고를 민영 오페라단에 지원했다. 창작오페라 한 작품당 5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까지 제작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2000년대 초반 무렵 창작오페라는 급격한 양적 팽창을 이뤘다.

그러나 초연된 오페라 중 많은 수가 대본이나 음악적 구성의 미흡함을 드러냈고 성급한 제작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 진출을 목표로 기획됐지만 국내에서부터 비난을 받은 경우도 있었고, 처음부터 해외 공연을 조건으로 많은 제작비를 받은 작품 중에 해외 공연 자체가 무산돼버린 경우도 있었다. 당시 제작, 초연된 창작오페라 중에는 거창한 명분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재공연 한번 하지 못한 채 기록으로만 남아있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도 2006년 국립오페라단이 초연한 임준희 작곡의 ‘천생연분’은 이미 오페라로도 만들어진 적이 있는 오영진의 희곡 ‘맹진사댁 경사’를 원작으로 서로 다른 동서양의 음악어법을 잘 조화시키고 극과 음악도 효과적으로 결합시킨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수정, 보완해서 무대에 올린 2014년 재공연 당시에도 호평을 받으며 외국 여러 국가에서도 공연됐다.


2014년 국립오페라단 천생연분
2014년 공연된 국립오페라단 ‘천생연분’./제공=국립오페라단
창작오페라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이어져 국립오페라단의 ‘MOM 프로젝트’와 ‘창작팩토리’ 사업이 있었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산실’은 이름을 바꿔 ‘공연예술창작산실’이라는 이름으로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서울시오페라단에서는 ‘세종카메라타’라는 이름으로 한국 오페라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그동안 취약하다고 알려진 음악과 대본의 조화를 이끌어내 창작오페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해왔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오페라로 만들기 위한 이 시도는 창작오페라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2000년대 들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창작오페라는 각고의 노력으로 다른 어느 시기보다 다양하고 진일보한 작품을 많이 선보였다. 따라서 우리 오페라 무대에서 창작오페라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계기를 마련했지만 그에 비해 관객들의 인식이나 객석 점유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까마귀1_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하지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9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으로 공연된 라벨라오페라단의 ‘까마귀’./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여기에 한국 창작오페라의 빛과 그림자가 있다. 창작오페라는 태생적으로 문화산업의 기능을 하기는 어려운 순수문화예술의 영역이다. 때문에 창작오페라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공공(公共)이든 민간 영역이든 외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순수예술로서 오페라의 가치, 또한 한국적 소재와 정서를 담은 한국의 오페라 창작이라는 명분을 바탕으로 오늘날까지 창작오페라는 크고 작은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왔고 명맥을 유지해왔다.

문제는 그 명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이다. 필자가 2017년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연구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총 272명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창작한 오페라가 존재하는 것을 모른다’는 경우가 120명으로 전체 44.1%로 나타났고, ‘알고는 있지만 관심 없다’고 답한 경우가 112명으로 전체 43.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위와 같은 조사 연구가 대한민국 전체 관객의 의견을 완전히 대표하지는 않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해 오페라 중에서도 창작오페라와 관련된 일을 해온 사람들이 보기에는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공연예술 중에서 나름대로 70년의 역사를 지켜온 창작오페라가 소비자인 대중에게는 상당한 외면을 받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 상명대 교수(yonu44@naver.com)


손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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