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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웹 솜방망이 처벌과 사회적 관심 부족이 키운 ‘박사방’

다크웹 솜방망이 처벌과 사회적 관심 부족이 키운 ‘박사방’

기사승인 2020. 03. 3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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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 다크웹 운영자 '손정우' 1년6개월 징역
전문가들 "형벌체계에 국민의 법 감정 반영해야"…"신상공개 영역 확대 필요"
첨단·조직화 되는 성범죄에 대한 우려도
다크웹
손정우가 운영했던 아동 음란물 웹사이트 ‘웰컴투비디오’가 폐쇄된 모습./제공=경찰청
아동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 징역 1년6개월. 사이트 이용자 40대 A씨 징역 15년, B씨 징역 22년.

세 사람의 운명은 이들의 국가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가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영자인 손정우는 한국인이었고 A씨와 B씨의 국적은 각각 미국과 영국이었다.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이 검거되면서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다크웹에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n번방’으로 대표되는 텔레그램 상의 디지털 성범죄 이전부터 심각성이 극에 달했던 다크웹에 대한 미흡한 사회적 대처와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덜했던 사회적 관심이 이번 ‘박사방’같은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다크웹은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웹을 가리키는 말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접속자나 서버를 확인할 수 없어 사이버상에서 범죄에 활용된다. 국내에 알려진 대표적인 다크웹은 손씨가 운영했던 세계 최대 아동음란물 유통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였다.

W2V의 회원수는 128만명에 달했으며 공유된 아동 성학대·성착취 영상물은 중복을 제외하면 17만개에 달했다. 심지어 피해자 중에는 6개월 영아까지 포함돼 있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11조에 따르면 미성년자 성 착취 영상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판매·대여·배포·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운반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이처럼 낮지 않은 법정형, 그리고 한국·미국·영국 등의 국제 공조수사까지 진행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의 중심에 있던 사이트 운영자 손씨는 징역 1년6개월을 받았다. 심지어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석방됐었다. 조씨의 검거로 손씨의 형벌이 재조명되면서 디지털 성범죄, 특히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에 대한 공분과 처벌에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신진희 성범죄 피해 전담 국선변호사는 “조주빈이 잡히기 전에 다른 텔레그램 상의 성범죄방 관련자들과 다크웹 등 심각한 성범죄자들에 대해 이미 재판 중인 사건들이 있었다”며 “피해를 증언하는 사람들과 시민단체 등에서 지속적인 신호를 보내기도 했으나 사회적 관심이 가지 않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게 됐고 인제야 터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박사방’ 사건은 조씨 검거 전후로 범죄의 규모나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피해 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자 국민들이 심각성을 더 확실하게 깨닫게 돼 사회적 관심이 더 쏠리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형벌체계의 재정립이나 범죄자의 신상공개 확대 등 극단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법관이 객관적으로 침착하게 판결을 내려야 하지만 법을 피부로 느끼는 국민의 공분이나 경각심이 높아지면 이를 형벌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법관의 냉철한 이성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국민과의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수사단계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공범을 찾는 등의 이유로 힘들지만 범행이 확정된 후에는 다소 극단적일 수 있어도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신상공개의 범위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은 점차 체계적이고 첨단·상업화되는 조직적 성범죄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사회 각 분야의 대응을 촉구했다. 임 교수는 “범죄는 항상 앞서 가고 사법기관에선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사회변화 속도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국회에서 더 성실하게 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이전에는 한 명의 범죄자가 피해자 한 명 또는 다수에게 행하던 범죄가 이제는 미성년자를 포함해 조직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며 “단순히 처벌강화가 아니라 국가는 물론 학교·가정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관심을 갖고 나이대에 맞는 적절한 수준의 교육 등을 통해 사회적 인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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