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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국가 비상사태’ 법 마련하는 캄보디아…훈센의 칼 되나

코로나19로 ‘국가 비상사태’ 법 마련하는 캄보디아…훈센의 칼 되나

기사승인 2020. 04. 0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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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는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모습./사진=신화·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캄보디아가 ‘국가 비상사태 법안’을 마련에 나섰다. 이 법안이 자칫 민주주의와 인권 탄압에 쓰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2일 크메르타임스는 캄보디아 국회가 조만간 비상사태 법안(비상사태시 국가 행정에 관한 법률)에 관한 논의를 거쳐 승인 후 상원에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새롭게 재정될 이번 법안에 따르면, 총리와 국회의장·상원의장의 합의를 거쳐, 국왕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된다. 국가비상사태 기간에 대한 별도의 지침이나 제한이 없어 국왕이 해제 왕령을 내려야 종료된다. 캄보디아 국회도 법안 처리를 긴급한 안건으로 간주해 조속히 처리할 전망이다.

지난 31일 저녁 이 법안의 초안이 유출돼 논란이 일었고 캄보디아 법무부가 나서서 “해당 법안이 맞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후 이 법안을 통해 캄보디아 정부가 비상기간 동안 권력을 독점해, 견제와 균형 없이 시민권을 대폭 축소시킬 수 있단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5장 11조로 구성된 이 법안은 비상사태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와 정부의 권한을 명시하고 있는데 시민권을 심각하게 축소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비상사태 기간 동안 시민들의 이동·집회·외출이 제한된다. 가게의 영업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공공장소와 사적인 장소의 폐쇄도 가능해진다. 이 같은 조치를 강제하기 위해 정부는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 법 위반시 1~5년의 징역이, 정부의 집행을 방해할 경우 최대 징역 10년의 처벌과 10억 리엘(약 3억원)의 벌금 부과된다.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뉴스나 정보의 제공·공유도 제한되거나 금지된다.

인권단체·시민단체와 언론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비상사태에 대한 정의다. 법에서는 외국의 침공·전쟁과 같은 국가 안보 상황에서부터 전염병이나 심각한 재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국가 안보와 사회 질서에 대한 심각한 혼란’의 경우에도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소 모호한 상황에서 정부가 반대 세력을 탄압할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훈센 총리와 캄보디아 당국은 “이 법안은 보안·공공질서·재산·환경 및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올 경우를 준비하는 수단일 뿐”이라 강조했다. 캄보디아에서 국가 비상사태와 관련한 내용은 현재까지 헌법 22조에만 규정되어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사태 선포를 위해선 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러나 훈센 총리가 야당 해산·언론 및 노조탄압·인권 문제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캄보디아가 우려의 시선을 떨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과 정부 관계자들은 “법안이 제정된다고 해서 캄보디아가 곧바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고, 확산 방지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이번 법안과 3일께 선포될 비상사태 포고령은 별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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