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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쌍용차…깊어지는 이동걸 회장의 고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쌍용차…깊어지는 이동걸 회장의 고민

기사승인 2020. 04. 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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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힌드라, 2300억원 투자계획 무산
독자생존 기로에 경영 정상화 험난
선거 앞두고 산은결정 압박 분석도
15면 교체
쌍용자동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에 대한 신규 투자를 철회했다. 지난 1월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방한해 산업은행과 한국 정부의 지원을 전제로 23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마힌드라도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진 탓이다.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5000억원이 필요했던 쌍용차 입장에서는 사실상 독자 생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졌다. 결국 업계의 시선이 다시 이동걸 산은 회장의 결정에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의 선택지가 그리 넓은 것은 아니다. 특히 항공·중공업계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긴급 수혈을 하며 공적자금을 소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장은 선 투자 및 정상화 후 공적자금 추가 출자라는 원칙을 파기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5일 이와 관련해 산은 관계자는 “아직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마힌드라의 이번 결정이 주말에 나온 만큼 구체적 입장을 밝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마힌드라의 결정으로 이 회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산은은 지난 1월 고엔카 사장과 면담 후 대주주의 충분한 역할이 우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쌍용차에 대한 경영정상화안을 제시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선제적 지원은 없다는 것이다.

쌍용차는 12분기 연속 적자 중이고 올해 계획된 신차도 없어 분위기를 반전시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로 판매량도 감소해 지난 3월 국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7.5% 감소한 6860대 수준에 그쳤다. 문제는 산은으로부터 대출받은 900억원의 만기가 오는 7월에 돌아온다는 점이다.

마힌드라 이사회는 향후 3개월 동안 최대 400억원의 일회성 특별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도록 승인했다. 하지만 대출금을 상환하는 데는 부족하다. 여기에 마힌드라 이사회가 쌍용차에 자금을 마련할 대안을 찾을 것을 권고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힘든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자를 모색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만큼 이 회장도 쌍용차와 관련해 논의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산은은 지난해 쌍용차 평택공장을 담보로 1000억원을 대출해주고 지난해 말 만기가 도래했던 대출금 200억원의 상환 시기도 연장해준 바 있다.

당초 고엔카 사장은 2300억원을 지원해 2022년까지 쌍용차를 흑자 전환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인도 내에서도 빠르게 확산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인도 정부가 21일간의 전면 봉쇄 등 조치를 내리면서 모든 곳이 문은 닫는 등 마힌드라의 현금 흐름도 빠르게 악화돼 가고 있어 그룹 차원에서도 당장의 지원은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선 고엔카 사장이 2018년 한국지엠에 대한 지원 사례를 참고해 산은의 결정을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국지엠은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군산 공장을 폐쇄하며 고용 위기감이 고조되자 한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8100억원의 투자를 받아낸 바 있다. 마힌드라 역시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번 결정이 이뤄지며 결국 일자리를 볼모로 산은의 지원을 재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산은은 한국지엠의 경우 자신이 2대 주주인 데 반해, 쌍용차에게는 채권은행에 불과해 엄연히 다른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를 비롯해 두산중공업에도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쌍용차에 대한 지원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편, 마힌드라의 신규 투자 철회와 관련해 쌍용차는 이틀만에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쌍용차 측은 “2022년 수익성 확보를 위한 3개년 사업계획 상 신규 자금조달을 위해 부산물류센터 등 비 핵심 자산 매각을 비롯한 다양한 현금확보 방안을 통해 단기 유동성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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