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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돋보기]흔들리는 교보생명 경영권에 초조한 신창재 회장…쟁점은

[이슈돋보기]흔들리는 교보생명 경영권에 초조한 신창재 회장…쟁점은

기사승인 2020. 04. 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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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지연 논란부터 회계법인 고발까지
FI들, 신 회장에게 2조원대 풋옵션 행사
신 회장, 국제분쟁 이겨도 1조원대 내야
패소시 2조원대+지연이자까지 물어줘야
지배구조 변동 불가피…자금마련 어쩌나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사진>과 재무적 투자자(FI) 간 분쟁이 교보생명과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간 소송전으로 번졌다. FI는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에 투자할 당시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IPO 불이행시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행사 권리도 포함시켜 계약을 체결했다. 시간이 흘러도 교보생명 IPO가 이뤄지지 않자 FI는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 FI는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에 풋옵션 가격 산정을 의뢰해 받아 든 2조원대의 투자금 회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맞서 신 회장은 국제 중재 소송을 제기했다. 생명보험업황이 어려워져 기업 가치가 하락한 만큼 FI의 풋옵션 행사 가격은 1조원대라는 반박이다. IPO도 신 회장이 독단적으로 할 수 없는 사안이라 2012년 맺었던 계약서 자체의 ‘무효화’를 주장한다. 특히 교보생명 이사회에 FI도 참여하고 있어 IPO를 일부러 안한 게 아니라 IPO를 못하는 상황을 고려해 FI와 같이 연기하기로 결정한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교보생명도 딜로이트안진이 매긴 기업가치가 잘못됐다며 직접 소송에 나섰다. FI에 물어줘야 할 돈이 최소 조 단위에 달하면서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탓이다.

◇뒷짐 지던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지원사격 나선 배경은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신 회장과 FI 간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 중재 소송은 올 하반기께 결론이 날 전망이다. 만약 신 회장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교보생명 경영권 주인은 바뀔 수 있다. 그동안 신 회장 개인의 일이라며 한 발 물러서 있던 교보생명이 직접 소송을 제기한 까닭이다.

딜로이트안진은 FI로부터 의뢰받아 교보생명 풋옵션 행사 가격을 산정해줬다. 딜로이트안진이 추산한 가격은 1주당 40만9912원씩 약 2조122억원이다. 그런데 이 가격 자체가 과대평가됐다는 소송을 지난달 31일 교보생명이 직접 제기한 것이다. 교보생명은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딜로이트 글로벌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소송 준비를 마쳐 곧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교보생명은 “중재재판소가 풋옵션 행사 가격을 FI의 주장대로 판정하고, 최대주주가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면 지배구조의 변동 가능성이 있는 특정거래에 해당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주주 간 분쟁이 장기화돼 경영 안정성과 평판이 저하되는 등 유·무형의 영업 상 손해가 발생해 회사 차원에서 고발에 나섰다”고 밝혔다.

◇풋옵션 가격 이견차…FI ‘2조원대’ VS 신창재 회장 ‘1조원대’
풋옵션 분쟁 발생은 201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FI가 1조2054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시점이다.

신 회장은 고 신용호 명예회장으로부터 교보생명 경영권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생긴 수천억대 상속세를 지분을 팔아 해결한 후였다. 지분율이 30%대까지 내려온 데다가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대량의 지분이 제3자에게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신 회장은 어피니티 컨소시엄을 FI로 끌어들였다. 이 과정에서 2015년9월까지 교보생명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 개인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주 간 계약(SHA)을 맺었다. 계약기간 동안 FI는 신 회장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 줬다.

그러나 교보생명 IPO는 새로운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한 자본확충과 증시 여건 등을 이유로 미뤄지면서 약속한 기한을 넘기게 된다. 결국 FI는 2018년 투자금 회수를 위해 신 회장에게 2조원대 풋옵션을 행사했다. 반면 신 회장은 생명보험사의 시장가치가 떨어져 보통주 1주당 20만원 중반대에 불과해 FI의 풋옵션 행사 가격은 1조원대라는 계산이다. SHA에 대해서도 무효화를 주장한다. IPO는 신 회장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데다가 FI도 교보생명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어 IPO 연기는 같이 합의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판결 어떻게 나든 ‘조(兆) 단위’ 자금 마련해야…신창재 회장, 시간 버나
풋옵션 분쟁과 관련한 중재 소송이 신 회장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든 불리한 판결이 나든 신 회장이 필요한 돈은 여전히 ‘조 단위’다. 자금 마련을 위해 신 회장은 지분 매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최근 코로나19로 증시가 출렁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경영권까지 걸린 소송 때문에 IPO도 어려워졌다.

다만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맡아줄 또 다른 FI가 나타난다면 신 회장은 경영권 위협을 받지 않아도 된다. 이러나 저러나 신 회장 입장에선 자금을 마련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교보생명이 회사 차원에서 FI의 용역을 맡아준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에 대한 소송을 직접 낸 것도 시간을 벌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FI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더라도 그 가격을 깎기 위한 여론몰이도 가능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제 중재소송 자체가 신 회장에게 불리한 분위기로 알고 있다”며 “만약 신 회장이 패소하면 FI에게 지연 이자까지 물어 돈을 다 갚아야 하는데, 교보생명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들은 회사 규모가 작아 매각한다고 해도 조 단위 자금 마련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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